"네 뱃속에는 악마가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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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여선생님이 몸을 숙였을 때 살짝 드러난 젖가슴을 오랫동안 훔쳐보고, 아버지의 담배 한갑을 슬쩍 하고, 초콜릿 한판을 몽땅 먹어치우고…. 외할머니가 "네 뱃속에는 악마가 산다"고 말할 정도로 악동인 푸르니에.

알콜 중독자이면서 가족을 제외한 이웃들에게만 친절했던 의사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웅진닷컴)의 화자가 부쩍 커 사춘기 소년이 됐다. 그러나 엉뚱함은 여전하다. 다만 성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싹트기 시작했다. "천당에 가고 싶었다. 천당에서는 모든 여자가 벌거벗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쁜 생각이었다. 그리고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나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다. 이보다 더 비극적인 상황이 또 있을까."(36쪽) 대죄·지옥 같은 단어를 떠올리면서도 어른들이 금기로 만든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는 소년의 고민이 공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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