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뒷얘기] 홍업씨 돈세탁 숨바꼭질 '백화점 수표'서 실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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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홍업(金弘業)씨 구속과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 사법처리로 이어진 이용호 게이트 재수사 과정에는 비화들이 많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차정일 특검팀의 수사가 끝난 뒤 장기간 이잡듯 관련자들의 주변을 뒤져 작은 단서를 찾아낸 뒤 굵직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수사팀이 가장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홍업씨가 현대·삼성그룹으로부터 21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수사팀은 당초 홍업씨가 대기업에서 뭉칫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단서는 없었다.

홍업씨 돈 심부름을 해온 김성환 서울음악방송 회장 등을 추궁해도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홍업씨와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추적에서도 대기업 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5월 말께 수사 지휘부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를 들었다.

자금추적팀이 "홍업씨 측이 은행에서 새 수표로 바꿔간 헌 수표 중에 백화점에서 사용됐던 수표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보고를 한 것이다.

중수부에 불려온 수표의 원주인 여러명이 "H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낸 것 같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지휘부는 이때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한솔그룹에 50억원의 비자금을 맡겨놓고 매달 5천만원씩을 S백화점에서 손님들이 낸 수표와 바꿔 가졌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수사팀은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수표추적 작업을 벌여 1998년 7월 현대그룹이 계열사 백화점에서 손님들이 사용한 10만원 수표로 10억원을 모아 홍업씨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후 이를 근거로 홍업씨를 추궁해 현대 측으로부터 총 16억원을, 삼성그룹에서 5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한편 중수부가 愼전총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밝히는 데에는 愼전총장의 비서 휴대전화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김대웅 광주고검장이 이수동씨와 통화한 시점의 통화내역을 추적하다가 金고검장이 愼총장 비서 휴대전화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고, 결국 金고검장으로부터 "愼총장으로부터 수사 정보를 들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던 것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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