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아저씨의 '몸값'이 뭐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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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우리 아이의 몸값은 얼마일까?

월드컵을 계기로 '몸값'이라는 표현이 흔해졌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몸값은 지금 최고" "이탈리아 비에리 선수 한 명 몸값이 우리 선수 전부의 몸값 보다 높아" "월드컵을 계기로 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선수는 안정환"과 같은 식이지요.

이렇게 사람 몸값이 화제가 된 것을 계기로 아이들과 함께 우리 자신들의 '몸값'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첫째, '몸값'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몸값이란 '시장에서 평가하는 사람에 대한 가치'입니다. 흔히 그 사람의 연봉(연간 소득)으로 나타내지요. 만약 비에리 선수가 안정환 선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면 국제 축구시장에서 그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된다는 뜻이랍니다.

둘째, '몸값은 변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히딩크 감독과 우리 선수들의 몸값이 오르고 이탈리아 선수들의 몸값은 내렸습니다.

'왜 그럴까'란 질문을 던져보세요. 물건의 품질이 좋고 구하기 힘들면 값이 오르지요. 월드컵 4강 진출로 우리 선수들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따라서 우리 선수들을 데려가려는 구단이 많아지고 몸값도 자연히 오르게 됩니다.

셋째, 왜 축구선수들의 몸값은 공무원이나 미용사의 몸값보다 훨씬 높을까를 생각해 봅시다. 스포츠 선수들이 엄청난 연봉을 받는 것은 이들이 하는 일이 공무원이나 미용사가 하는 일보다 더 우수하다거나 사회적으로 더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축구선수들의 모습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보여지게 됩니다.

그들은 유명세를 통해 큰 돈을 거두어들일 수 있지요. 마치 연예계 스타들이 광고 하나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더불어 이들의 몸값은 인기에 따라 급격히 오르내립니다. 똑같은 축구 선수라 해도 실력과 인기도에 따라 연봉 차이가 얼마나 큰지도 생각해 봅니다.

넷째, 그렇다면 우리들의 몸값은 얼마일까요. 엄마가 전업주부라면 각종 집안 일, 가정 관리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한 시장가치를 평가해서 몸값을 매겨볼 수 있을 겁니다.

엄마의 몸값을 계산해 보고 아이들에게도 "네 몸값은 지금 얼마일까. 앞으로 네 몸값을 올리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질문해 봅니다.

만약 자녀가 희망하는 직업이 있다면 그것의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몸값에 상관 없이 엄마는 너를 그 누구와도 바꾸지 않을 만큼 귀하게 여긴다"는 사랑의 말과 함께.

배순영 박사<한국소비자보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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