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道의 절경 32곳 속살까지 그려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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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책 펴낸 한송주씨

최근 남도 문화기행서인 『그리운 사람은 남행을 꿈꾼다』(창작시대)를 펴낸 한송주(韓松周·46)씨.

그는 '호남의 기인(奇人)'중 한명으로 꼽힌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고 역마살까지 끼인 그는 남도 구석구석을 돌면서 스님·무당·유학자·화가·농촌지도사 등 숱한 사람과 친구가 됐다. 광주서중·일고를 나온 뒤 판·검사가 돼달라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전남대 농대에 들어갔다가 그나마 시대 상황 때문에 중도하차했다.

스무살 때 광주일보(옛 전남일보)에 일반 직원으로 들어갔다가 글솜씨를 인정받아 기자로 발탁된 그는 지난해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주로 문화 담당으로 일했다.

"책상에 진득이 붙어 있지 못하고 항상 떠돌이로 살았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뒹굴며 밤을 새워 마을 내력을 듣고 풍습을 배웠죠. 남도 문화의 속살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삿갓기자'란 별명을 얻은 그는 두주불사(斗酒辭)다. 술에 얽힌 많은 일화는 광주·전남 술꾼들의 안줏감이다. 술에 취해 집을 못 찾고 헤맨 적도 적지 않았지만 맑고 담백한 그의 글은 지방독자를 사로잡았다. 그는 이번에 낸 책의 서문에 "책 갈피마다 탁주냄새가 진동하고 촌무지랭이들의 땀냄새가 끈끈할 것이다. 발품들인 현장의 냄새라고 참아주시면 고맙겠다"고 썼다.

어릴 때부터 서당을 다니며 고전을 두루 읽고 배운 한학은 그의 해박한 지식의 밑바탕이 됐다. 한시를 줄줄 외우고 시를 즐겨쓰는 그는 20대 때는 연극에 몰두해 지방연극제(83년)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책은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월간 예향'에 '화필여로' 등의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새로 다듬어 묶은 것이다. 화가 1백여명과 함께 남도 절경을 찾아 그곳의 풍물과 현지인들의 사투리를 그대로 옮겼다.

"문화는 읽고 외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어울리고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고향인 화순 몰염적벽을 포함, 부안 반계초당·정읍 유상대·신안 전장포·해남 두륜산 일지암 등 일반인에게 덜 알려진 32곳에 대한 글을 실었다.

광주=천창환,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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