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 → 국세청장 → 정책실장 … ‘경제 과외선생’ 백용호, MB 곁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내정된 백용호 국세청장이 13일 국세청 기자실에서 활짝 웃으며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15년 지기다. 1996년 총선 때 이 대통령은 서울 종로에, 백 내정자는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알게 됐다. 이후 그는 오랫동안 이 대통령의 ‘경제 과외 선생’이었다. 이 대통령이 94년 설립한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의 2대 원장이 그였다. 초대 원장은 이 대통령 자신이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되자마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에 임명된 이도 백 내정자다. 대선 당시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과 바른정책연구원(BPI)을 모두 거친 이 역시 그다. “이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중용’됐던 건 아니다. 그의 뒤를 이어 GSI 원장을 지낸 강만수 경제특보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각광 받는 사이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이 됐다. 이 대통령과 그의 관계를 잘 아는 인사들 사이에선 “그간 역할에 비하면 덜 조명 받는 자리에 간 셈”이라고들 말했다.

백 내정자는 그러나 이후 차분하게 밟아 올라갔다.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엔 규제 완화에 치중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등의 굵직한 현안도 별다른 잡음 없이 처리했다. 이런 ‘성과’로 지난해 7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으로 어수선한 국세청을 안정시킬 적임자로 이 대통령은 그를 골랐다.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차관급인 국세청장에 임명됐지만 백 내정자에겐 오히려 더 기회가 됐다. 백 내정자는 1년간 인사 개혁에 치중했다. 특히 자신에게 인사 청탁을 한 내용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공개하고, 인사 청탁한 직원 6명을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극약 처방을 통해 국세청 조직을 개혁했다. 통상 ‘국세청장’이란 단어에 따라붙는 제왕적 이미지를 걷어내려고도 애를 썼다.

그가 맡게 된 정책실장은 이번에 위상이 더 강화됐다. 국제경제보좌관과 정책지원관을 직속으로 두고 정책파트 수석들을 모두 지휘하게 된다.

그는 강만수 특보와는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 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도 원활한 관계다. 하지만 정통 관료 출신이 아닌 그가 관료들의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강력한 리더십을 보일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가 국세청장 재직 중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던 만큼 재정 건전성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윗목까지 경기 회복의 온기를 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을 구체화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백 내정자는 청와대의 인선 발표 뒤 “정책의 성공 여부는 갈등을 어떻게 조율·조정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며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유연성을 갖고 대화하고 소통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종윤·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