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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메세나 운동, 청소년 예술교육에 힘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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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첫째, 예술교육은 짧아도 1년 이상 지속돼야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인내의 과정이다. 둘째, 이런 까닭에 1년 이상 예술교육을 수행할 재원과 조직·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셋째, 예술교육의 효과를 명확히 측정하려면 성과 측정 전문 프로그램을 사전에 마련해 고비고비마다 피교육자들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충족돼야 하기에 이번 유네스코 한국 대회에서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예술교육 성공사례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발표된 한화그룹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나름의 수확이었다. 외국의 여느 발표사례와 견줘 봐도 그 프로그램이 지속적·창의적이고 성과 측정 면에서 한 단계 진보한 것이었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음악·미술·연극·국악 등 네 장르의 청소년 교육을 지원하면서 대학에 의뢰해 만든 성과 측정 모델을 적용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결론을 얻어 이번 대회에서 발표했다. 예술교육을 받은 107명의 어린이를 상대로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서적 적응 영역에서 ‘우울’ ‘자기비하’ 현상이 현저히 줄었다. 반면 자신과 환경에 대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여기는 성향이 증대됐다. 또한 내적 적응 영역에서도 ‘창의적 인성’ 항목 중 ‘유머감’ ‘인내심’이, 자아지각 영역에서는 ‘외모’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소영 숙명여대 교수는“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처한 불우한 환경을 감안할 때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예술교육 기간에 이런 정도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 놀랍다”고 평했다.

예술교육의 성과 측정을 통한 과학적 메세나 운동 사례에 대해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 LG, 포스코 등 굴지 대기업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장기 감성과 정서 함양에 예술교육은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것도 여러모로 유용하다. 예술교육이 일으킨 가시적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사회공헌이나 메세나 활동에서 예술교육이 얼마나 긴요한지 널리 알릴 수 있다.

청소년기의 예술교육 효과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예술적 체험은 좌뇌와 우뇌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 삭막해지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좀 더 성숙한 시민을 길러낸다. 요는 한국적 예술교육의 방법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다. 예술교육은 이제 기업 메세나 운동의 주요 과제가 돼야 한다.

이병권 한국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