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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모닝 인기 이끈 ‘동희오토 실험’ 삐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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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기아차 모닝은 지난달 100만 대 판매(수출 포함)를 돌파했다. 2004년 출시 이후 6년 반이 걸렸다. 경차로는 대단한 기록이다. 여기에는 국내 첫 생산전문업체인 동희오토의 힘이 컸다. 하지만 동희오토 생산직 근로자 10여 명은 13일까지 사흘째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철야 농성 중이다. 이들은 계약기간 2년이 넘었다고 해직된 근로자들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충남 서산에 본사를 둔 동희오토는 2001년 말 기아차가 투자(지분의 49%)해 설립했다. 신차 개발은 하지 않고 조립만 한다. 2004년부터 모닝을 생산했다. 직원 140명은 모두 관리직이고, 생산직 900여 명 전원이 하청을 받은 도급업체의 비정규직 직원들이다. 도급업체 사장은 대부분 현대·기아차 전직 간부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 생산직 평균 연봉이 5000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모닝을 생산할 경우 적자가 불가피해 동희오토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동희오토는 조립라인을 10개 구역으로 나눠 각각 하청업체들을 뒀다. 하청업체 간 경쟁을 시켜 일을 못하는 업체는 계약을 해지한다. 동희오토 관계자는 “최소한의 인건비로 생산하는 게 원칙이라 하청업체 간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노조가 결성되거나 불량이 나면 계약을 해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건비를 줄이다 보니 모닝은 대당 판매가의 6∼10%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났다. 1990년대 경차인 기아 비스토는 대당 20만원 정도 손해였다.

생산직은 24시간 철야 2교대로 일한다. 하루 2시간의 잔업과 월평균 3회 휴일 근무(특근)를 해도 월 급여는 200만원이 채 안 된다. 농성 중인 이백윤 하청업체 위원장은 “원청업체인 기아차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급여는 절반도 안 된다”며 “저임금뿐 아니라 일한 지 2년이 되면 해고에 몰리는 고용 불안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동희오토 모델이 국내에서 성공하려면 저임금 기반이 아닌 생산성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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