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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NLL(북방한계선):北,분쟁수역 부각 美와 직접 협상 노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이 8일 자국 해군의 기습공격으로 지난달 29일 서해상에 침몰한 우리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의 인양작업을 사전통보한 뒤에 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을 무력화하고 북측이 제기한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이곳을 분쟁수역화 함으로써 서해교전 사태 이후 빚어진 남북간 NLL 논란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려는 뜻도 엿보인다. 이와 함께 남한 내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효용성을 둘러싼 분란을 확대시키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이번에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나선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령부와의 대화 채널을 마련함으로써 북·미 간에 NLL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이후 지속돼온 남북 간의 NLL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상의 군사분계선'이란 남측 입장과 '상황 변화에 따른 무효화 및 재설정'이란 북측 주장의 대립이 핵심 내용이다.

남측은 53년 정전협정 당시 비록 일방적이긴 하지만 유엔군 측이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으로 설정한 이후 북측도 묵시적으로 동의해 왔다고 간주하고 있다.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는 만큼 양측 합의에 따라 새로운 분계선이 정해질 때까지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측은 99년 6월 연평해전 직후 유엔사-북한 간에 열린 장성급 회담에서 '한번도 현재의 NLL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그해 9월 황해도와 경기도의 경계선을 해상으로 연장하는 것을 기초로 한 새로운 해상 경계선을 들고 나왔다. 또 이듬해 3월에는 '서해 5도 통항질서'라는 것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표 참조>

북한이 이처럼 NLL을 문제삼는 것은 백령·대청·소청·연평도와 우도 등 5개 도서가 북한의 해군 요충지인 해주·등산곶 일대를 마주 대하고 있어 군사전략적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송이버섯과 함께 북한 군부의 주요 외화벌이 원천인 이 지역의 꽃게잡이를 보장하려는 경제적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다 크게는 현재의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무력화함으로써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위기에 빠진 체제를 보장받는 지름길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에 해결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서해상의 무력충돌 위험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을 NLL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남북 간 대화 채널에 응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남측의 사과·재발방지 요구와 북측의 인양작업 사전통보 요구 등이 맞서 상황은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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