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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집 장사'편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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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건설업체들이 저금리 등에 따른 부동산 투자 열풍을 타고 손쉬운 '집장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분기 아파트·주거용 오피스텔·주상복합건물 등이 포함된 건축부문 수주 비중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즘 부동산시장이 다소 주춤하자 업체들은 밀어내기 분양을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중도금 무이자 대출·대출금리보장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사업 구조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 리스크를 안은 채 '위험한 분양전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주택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경우 부동산 거품 붕괴 땐 업체들이 금방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건축 비중 '2백만가구 건설' 때보다 더 높아=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분기 일반 건설업체의 건축수주 물량은 14조1천7백2억원어치로 전체(건축+토목)의 77.1%에 이른다.

이는 분기별로는 1995년 1분기(79.2%) 이후 최고치다. 1분기 업체들의 건축수주 비중은 노태우 정부의 '주택 2백만가구 건설' 때인 89년 72.2%에 비해 더 높다. 4월과 5월 건축수주 비중은 74.4%, 71.1%로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위험수위'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그동안 부동산경기 특수에 힘입어 건설업체들이 주택장사로 톡톡한 재미를 봤으나 건축비중이 높으면 토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에 따른 기복이 심해 그만큼 경영이 불안정해진다"고 말했다.

대형업체일수록 집장사 비중이 크다. S건설의 경우 지난해 건축수주 물량은 50%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80%선까지 높아졌다. 매출액으로도 1분기에 절반을 웃도는 50.5%를 차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34%)보다 크게 올라갔다.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L건설도 상반기 매출액 6천5백억원 중 건축이 80%나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부동산 거품 빠질 땐 부실 우려=건설업체들은 수도권 아파트·오피스텔 분양 열기가 수그러들자 분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도권에서 분양 중인 상당수 오피스텔·아파트는 중도금 무이자대출을, 일부 아파트는 분양 당시에 비해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경우 인상된 금리를 건설업체에서 부담하는 대출금리보장제까지 실시 중이다. 금리 리스크를 고스란히 건설업체가 떠안는 '외줄 타기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데도 4월 이후 분양한 수도권 일부 지역 오피스텔 계약률이 20%에 그쳐 업체들이 애태우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대형 건설업체들의 신규사업이 아파트·주거용 오피스텔·주상복합 위주로 돼 있어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2~3년 뒤 매출이 격감,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건설업체들의 재무구조는 다른 업종에 비해 여전히 취약하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3월말 현재 59개 상장·등록 건설업체의 부채비율은 2백41.2%로 일반 제조업체(1백74.4%)에 비해 훨씬 높았다.

◇돌파구는 없나=건설업체들은 주택 비중을 줄이는 대신 토목·공공 공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LG건설의 경우 지난 4월 토목공사 수주를 위한 특별팀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내년에는 경기 부양을 하지 않기로 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15조9천8백60억원)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업체끼리 한정된 물량을 놓고 과당경쟁을 벌여 결국 채산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조정이 급선무"라며 "보험사와 연계한 실버주택,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펜션 등 레저시설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박사는 "대형 공공·민간건설 사업에 금융기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법 등을 제정해 건설투자를 촉진하면서 업체들의 자금부담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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