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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바뀌나" 官街 뒤숭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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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각을 앞둔 관가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주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가 중립내각 구성을 명분으로 수장의 교체를 요구한 총리실과 법무·행자부가 특히 그렇다. 법무부 일각에선 장관교체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지레 '법무장관이 왜 바뀌어야 하느냐'는 반발심리를 표출(본지 7월 8일자 31면)해 임기 말 개각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의 잡음 때문인지 청와대의 개각 준비 발걸음도 빨라진 느낌이다. 한때 새 총리감 물색이 여의치 않아 개각이 다음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으나 8일 저녁부터 청와대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한 관계자는 "이르면 내일이나 모레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개각 대상 물망에 오르내리는 부처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인선 내용을 점치는 등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남궁진(南宮鎭)장관이 8일 오전 사표를 던지면서 가장 먼저 장관이 교체되는 부처로 확정됐다.

하마평도 무성하다. 체육복표 사건과 관련, 수감된 이홍석(弘錫)차관보 자리도 공석이어서 어느 때보다 연쇄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형규(尹逈奎)차관이 1980년 이래 최초의 내부발탁 장관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준영(朴晙)전 국정홍보처장·신현웅(辛鉉雄)전 문광부 차관·신중식(申仲植)국정홍보처장이 거론된다.

장관 경질이 확실시되는 국방부에선 "6·29 서해교전이 군사적으로 실패한 작전이 아닌데 장관이 옷을 벗으면 군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볼멘 반응도 있다.

신임 장관으론 1차적으로 비호남권 인사들이 거론된다. 현 김동신(金東信)장관에 이어 육참총장을 지낸 바 있는 길형보(吉亨寶·휘문고·육사 22기)예비역 대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시민단체가 그를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권영효(權永孝·부산고·육사 23기)차관도 거론된다. 權차관이 장관이 될 경우, 그의 육사동기인 이남신(南信)합참의장도 물러나야 하는 문제가 인사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법무부 간부들은 송정호(宋正鎬)장관의 경질 가능성에 대한 내부 불만이 보도되자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청와대측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한쪽에서 "장관이 큰 하자가 없는데 정치적 입김으로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임명권자(金대통령)의 아들 둘이 구속됐는데 장관이 인간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게 불가피하지 않으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질시 후임으로 이재신(載侁)청와대 민정수석이 조심스럽게 거명된다.

행자부는 이근식(根植)장관의 유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金대통령이 6·13 지방선거를 관권선거 시비없이 공정하게 치렀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고, 안전 월드컵 주무장관으로서 점수를 줬을 것이라는 게 근거다.

그러나 이번 개각의 명분 중 하나가 '선거관리용 실무내각'이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그럴 경우, 행자부 차관을 지낸 김재영(金在榮)대한지적공사 사장과 권형신(權炯信)소청심사위원장이 거론된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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