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도'엉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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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95년 이후 2천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 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일대. 국립지리원이 제작·판매 중인 디지털(수치)지도(척도 1천분의 1)에는 농가 수십채만 흩어져 있는 논밭으로 표시돼 있다. 96년 첫 제작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고쳐지지 않아 실제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전국 주요 지역의 디지털지도가 갱신(업데이트)되지 않아 이용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한번도 자료를 수정하지 않은 곳이 서울·인천의 대부분 지역과 과천·안양·군포 같은 경기도 중소도시, 부산·대전·광주 등에 이른다. 서울시 지리정보과 관계자는 "지하매설물 공사를 하다 보면 지도에 표시된 도로가 실제와 다른 경우가 흔해 그때그때 임시 수정해 사용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주행안내장치나 건설·엔지니어링, 인터넷 산업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디지털지도가 이렇게 엉망이면 이들 산업 자체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1995~2000년 8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1천분의 1 지도 1만2천4백28장과 5천분의 1 지도 1만6천1백94장을 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중 2천여장만 수정했으며, 올해에도 2천8백여장만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지형변화가 빠른 도시지역의 1천분의 1 지도는 법적으로 2년마다, 5천분의 1 지도는 5년마다 수정해야 하지만 지금 속도라면 각각 8년, 20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도 제작을 맡은 국립지리원 관계자는 "제때 수정하고 싶지만 예산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부처·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한 지도 갱신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부실 탓에 디지털지도 판매량은 2000년 6만7천67장에서 지난해 3만8천9백75장,올 상반기 1만6천8백96장 등으로 크게 줄었다.

김영환(金永煥)국립지리원장은 "현재 상태로는 제대로 된 지도를 제작·관리하기가 어렵다"며 "국토정보를 종합 관리하는 '지리정보센터' 같은 기구를 출범시켜야 제작·수정·갱신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지도=항목별로 좌표값을 부여한 국토의 지형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것이다. 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크기·형태의 지도로 자유롭게 출력이 가능하다.

또 왜곡·변형 없이 무한대로 복제가 가능해 국가 지리정보체계(GIS)의 토대가 되고 있다.

음성직 전문위원·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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