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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만의 장점을 살렸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DVD 타이틀 구입비로 한 달에 5백만원까지 지출한다는 DVD 대여점의 하소연을 들은 바 있다. DVD 타이틀 출시가 엄청 늘어난 때문인데,이처럼 많은 작품이 출시되다 보니 문제점도 적지 않게 노출된다.

우선 우리말 제목 달기. 스크루볼 코미디의 고전인 하워드 혹스 감독의 '히즈 걸 프라이데이(His Girl Friday·콜롬비아)'의 재킷에는 '연인 프라이데이'로 돼있다.한데 DVD를 틀면 '그녀의 금요일'이라고 뜬다. 둘 다 엉뚱한 제목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유일한 말 상대가 프라이데이인 데서 연유한 제목이므로 '여비서'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널리 알려진 제목을 두고 새 제목을 다는 것도 관객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존 포드의 감동적인 드라마 '하우 그린 워즈 마이 밸리(How Green Was My Vally)'는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로 올드 팬에게 알려져 있는데,'꿈속의 낙원'(폭스)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됐다.

'코렐리의 만돌린'으로 극장에서 개봉했던 '캡틴 코렐리즈 만돌린(Captain Corelli's Mandolin)'은 비디오와 DVD 출시 제목이 다르다.비디오는 '코렐리의 만돌린'이지만, DVD는 '코렐리 대위의 만돌린'이다.

다음은 부록 문제. '맨하탄'(폭스)과 '애니 홀'(폭스)은 국내에서 개봉된 적도, 비디오가 출시된 적도 없는 우디 앨런의 대표작인데, 이처럼 중요한 작품을 출시하면서 그 흔한 감독·배우 소개조차 없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엔터원)는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안돼 DVD 출시에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감독의 배우 인터뷰는 너무 장난스럽고, 영화 재개봉을 둘러싼 뉴스와 메이킹 필름도 빈약하다.

이런 불평도 국내 마이너 제작사인 플레이스테이션 제품에 비하면 행복한 투정이다. '존 웨인의 레드 리버'는 중간 자막 설명이 많은데, 번역이 안된 것은 물론 전후 좌우로 화면이 잘려 영어로도 읽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 번역이 엉망인데다 철자법까지 틀린 곳이 많고 화질·음질도 나쁘다.

보존과 소장 가치가 높은 새 매체인 DVD가 비디오의 시행착오를 답습하여 몰락의 길을 걷지 않도록, 출시사가 더 많이 공부하고 제작에도 정성을 기울였으면 한다.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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