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첫 우승 … 원동력은 ‘바르셀로나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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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페인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선발 11명 중 6명이 바르셀로나 소속이고, 주장은 레알 마드리드의 카시야스였다. [요하네스버그 AP=연합뉴스]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의 위력이 월드컵 무대를 장악했다. 80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대표팀의 힘은 바르셀로나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은 12일(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유로 2008에서 우승한 스페인은 유럽 최강에서 세계 최강으로 올라섰다.

선발 11명 중 6명이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다. 연장 후반 11분 결승골을 넣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바르셀로나의 주축이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고 프로팀을 가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우승한 바르셀로나의 성공스토리가 월드컵까지 이어졌다.

◆‘무적함대’를 바꾼 바르샤의 힘=월드컵 결승전은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연상시켰다. 바르셀로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2-0으로 제압한 이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전반전 점유율에서 54대46으로 맨유를 앞질렀다.

이날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스페인은 전반전을 56대44로 네덜란드에 앞섰다. 경기가 끝났을 때 점유율은 57대43으로 벌어졌다. 네덜란드의 헌신적인 수비도 결국 점유율 싸움에서 뒤진 결과였다. 상대의 볼을 뺏기 어렵자 과격한 파울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고가 누적되면서 결국 연장 후반 4분 네덜란드 수비수 욘 헤이팅아(에버턴)가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 놓인 네덜란드는 7분 뒤 이니에스타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바르셀로나 축구의 대표팀 이식은 루이스 아라고네스 전 대표팀 감독에서 비롯됐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실패한 뒤 점유율을 높이는 패싱게임으로 전술을 변경했다. 아라고네스의 뒤를 이은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변화를 계승했다. 바르셀로나의 어린 선수들을 과감히 대표팀에 합류시켜 패싱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 조직력은 더욱 탄탄해졌다.  

◆하나로 뭉친 스페인=축구 강국 스페인이 큰 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건 빈약한 팀 정신 때문이었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에서 충돌한 마드리드와 카탈루냐 지역 간 갈등의 잔재였다.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역은 마드리드를 기반으로 한 프랑코 독재정권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를 받았다. 다른 언어를 쓰는 카탈루냐는 독립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고 지금도 갈등이 심하다. 대표팀 구성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능 있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기회가 적었다. 대표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선수 간에는 패스도 잘 오가지 않았다.

정치적인 화해 무드가 형성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2000년대 들어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축구의 강화를 통해 재능 있는 선수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며 제2의 도약을 시작하자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형성됐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류를 형성하자 지역팬들은 적극적인 성원을 보냈다. 마침내 전국구 팀으로 거듭난 스페인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남아공 월드컵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대표팀 주장이 되면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보듬어 안은 것도 팀 화합에 큰 힘이 됐다.

요하네스버그=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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