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성지’ 성자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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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이곳은 스코틀랜드의 바닷가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의 성지다. 골퍼라면 누구가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스코틀랜드의 바닷가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이 코스에서 15일 밤(한국시간) 브리티시 오픈이 개막한다. 브리티시 오픈은 PGA투어와 유러피언 투어를 겸한 메이저 대회다. 1860년 창설된 이 대회는 150년의 역사를 가져 마스터스와 더불어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이벤트로 꼽힌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닷바람에다 코스 곳곳에 수많은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브리티시 오픈은 바람과 벙커와의 싸움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05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 오픈 3라운드 17번 홀 벙커에서 콜린 몽고메리가 샷을 하고 있다. 그린 위 신발만 보이는 선수는 타이거 우즈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중앙포토]

◆150년의 역사 디 오픈(The Open)=1860년 첫 대회가 열린 브리티시 오픈은 올해로 139회째를 맞는다. 지금까지 150년의 역사 동안 제1, 2차 세계대전 등으로 12차례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올해 대회에는 총상금 480만 파운드(약 87억원), 우승상금 85만 파운드(약 15억5000만원)가 걸려 있다. 올해 대회가 열리는 유서 깊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305야드)에서는 지금까지 26차례 대회가 열렸다.

디 오픈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를 비롯해 턴베리, 카누스티, 뮤어필드, 로열 리덤&세인트 앤스 등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9개 골프장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1990년부터 골프의 성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는 0으로 끝나는 해와 5로 끝나는 해에 브리티시 오픈이 열린다. 지난 2000년과 2005년에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디 오픈’이 열렸다.

◆17번 홀이 승부처=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트레이드 마크는 코스 곳곳에 입을 벌리고 있는 벙커다. 18개 홀에 무려 112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이 가운데 14번 홀(파5)의 벙커는 ‘지옥(Hell)’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로드 홀로 불리는 17번 홀(파4·495야드)의 벙커도 위협적이다. 1995년 챔피언 존 댈리는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고, 닉 팔도와 잭 니클라우스 등 역대 우승자들도 줄줄이 보기를 했던 악명 높은 홀이다.

특히 10년 전인 2000년 대회 때는 우즈가 4라운드 동안 기록했던 3개의 보기 가운데 2개를 여기서 작성했다. 데이비드 듀발(미국) 역시 이 홀의 희생자가 됐다. 2000년 대회 당시 4라운드 16번 홀까지 1언더파로 공동 2위를 달리던 그는 17번 홀에서 공을 벙커에 빠뜨렸다가 벙커에서만 무려 4타를 까먹은 끝에 쿼드러플 보기(4오버파)를 기록하기도 했다. 78년 대회 때는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가 ‘양파+1’인 9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7번 홀은 거리를 30야드 이상 늘려 495야드로 만들었다. 원래 파5홀이었던 이 홀은 대회 때마다 평균타수가 4.5타를 넘는 악명 높은 홀이다. 결국 17번 홀에서 버디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파세이브만 해도 성공이란 이야기다.

세인트앤드루스=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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