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의 ‘7공주 사랑’ … 주식 퀸 가능성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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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첫째 증권사들의 목표 주가 평균치보다 20% 이상 쌀 것, 둘째 향후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주식시장 평균보다 높을 것, 셋째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매출액이 증가할 것, 넷째 이익 전망치가 많이 늘어났을 것.’ 이른바 ‘7공주’라고 불리는 투자자문사 선호주들이 이런 공통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투자증권이 분석한 결과다.

‘7공주’란 증권사들이 투자자문사의 조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사 연계형 랩(자문형 랩)’이 최근 많이 산 종목들. LG화학·하이닉스·기아자동차·삼성전기·삼성SDI·삼성테크윈·제일모직이다. 이들 7개 종목은 올 들어 주가가 11~62%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자문형 랩들이 곧 이들 7공주 외에 다른 주식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이 계속 흘러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형 랩의 판매 누계액은 올 2월 말 1000억원에서 6월 말 2조1530억원으로 불과 4개월 만에 20배 넘게 컸다. 게걸음 치는 주식 시장과, 그로 인해 원하는 만큼 수익을 올려주지 못하는 주식형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펀드보다 공격적인 자문형 랩으로 투자 자금을 옮겼다. 하반기에도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주식형 펀드에서 자문형 랩으로의 자금 이동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증권사들은 자문형 랩 가입 최저 한도를 종전 1억원에서 3000만~5000만원으로 내리고 있다. 한도에 막혀 자문형 랩에 들어오지 못하던 자금에도 길이 트인 것이다.

앞으로도 자금이 계속 흘러 들어오면, 자문형 랩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7공주 말고 다른 주식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하이투자증권이 ‘7공주’의 공통점을 분석한 이유다. 자문형 랩이 어떤 종목을 골랐는지를 파악해 앞으로 고를 종목을 예측하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자문형 랩은 저평가된 종목보다 미래 성장성이 큰 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현 주가가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보다 20% 이상 쌀 것’이라는 조건은 있었지만, 흔히 ‘저평가’를 따지는 척도인 주가수익비율(PER)은 자문형 랩의 선택과 별로 관계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7공주의 하나인 삼성SDI는 9일 현재 12개월 예상 PER이 24.9다. 유가증권 시장 전체 평균의 세 배에 가깝다.

만일 자문형 랩이 7공주를 고른 것과 같은 투자 원칙을 적용한다면 LS·호남석유·한솔LCD·현대하이스코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이투자증권은 예상했다.

자문형 랩들이 ‘7공주’를 언제 처분할지도 관심거리다. 차익 실현에 나서도 괜찮을 정도로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투자자문사들은 누가 먼저 ‘매도’ 자문을 할지 눈치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있다. 뒤늦었다가는 자칫 주가가 빠진 뒤에 처분하게 돼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자문형 랩 7공주 중 2차 전지 관련주인 LG화학과 삼성SDI는 당분간 자문형 랩이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 정부가 대형 2차전지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15조원을 투자해 2차전지 산업을 세계 1위로 키운다는 게 정부 목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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