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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고기 없이 한여름 이기는 ‘푸른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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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글=윤서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요리&스타일링=김학순·최유리(사계절만찬)

검은콩 파스타

걸쭉하게 갈은 콩, 굵은 면과 섞어 한 젓가락

검은콩 파스타

초등학생 때 엄마랑 시장에 갔다 닭 잡는 모습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뒤 TV에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슬픈 눈을 본 후 육식을 꺼리게 됐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나 해외여행 때 같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먹는 시늉을 하는 정도로 고기를 먹었다. 이마저도 끊기로 한 것은 2001년. 채식을 선언하자 동료 강사들이 채식만 하고 강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페스코가 되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져 에너지 집중이 더 잘 됐다. 마음도 편안해졌다. 생선, 조개, 달걀, 우유도 순차적으로 끊어 현재는 비건이다.

학원 강사라는 직업상 제때 끼니를 챙겨먹기 힘든 데다 채식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상태가 걱정돼 비타민 영양제는 꼭 챙겨 먹는다. 그리고 매끼 콩 요리를 빼놓지 않는다. 특히 검은콩국수는 본격 채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좋아했다. 검은콩은 곱게 갈기 위해 30분가량 삶는다. 믹서에 콩과 삶은 콩물을 같이 넣고 간다. 물을 조금 덜 넣고 더 오래 갈면 걸쭉한 크림소스 같아진다. 이것을 페투치니처럼 굵은 면에 곁들이면 파스타로 즐길 수 있다. 이정은(43·여·영어 학원 강사)

두부스테이크

올리브 오일에 튀긴 두부, 청국장 소스 곁들여

의지를 다잡고 비건이 된 지 2개월째다. 현재 미혼인데 부모님과 함께 살아 직접 음식을 해먹진 않는다. 평소엔 잡곡밥에 나물반찬과 쌈 채소를 즐기는데 더워서 입맛이 없거나 좀 기름진 게 당길 때는 두부스테이크를 찾는다. 으깬 두부에 양파·당근·버섯 등을 다져 넣고 둥글 넙적하게 빚어서 올리브 오일에 굽는다. 여기에 청국장 소스를 얹는다. 별거 아니라고?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장이 안 좋아 기름진 것을 먹으면 바로 탈이 나곤 했는데 청국장 소스 덕분인지 이건 아무리 먹어도 속이 편하다. 채식인 친구에게 청국장 소스 만드는 법을 배웠다. 올리브 오일에 밀가루를 넣어 볶다가 채소 우린 물을 넣고 끓인다. 식으면 생 청국장을 넣으면 된다니 참 쉽죠잉~? 정경범(32·남·회사원)

채개장

1 채개장 2 들깨 버섯탕 3 토마토 탕 쌀국수
담백한 것을 찾는다면 들깨가루와 팽이·느타리버섯을 넣고 끓인 들깨 버섯탕도 좋다.

육개장에서 고기 뺀, 이열치열 건강 한 그릇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왔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 정도가 채식인이었다. 채식이 ‘자연식 위주의 식사와 운동’이라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도 잘 맞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 1년 반 된 비건이다. 채식을 하면서 채소처럼 성격이 푸릇푸릇해졌다고 자신한다. 아파하며 피 흘리는 동물들을 먹지 않아서인지 성격이 긍정적이고 밝아졌다. 요즘 가장 빠져있는 것은 채식 음식점 순례다. 다녀온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블로그에 올려 채식인들과 공유하는 게 취미가 되었다.

여름에는 은근히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곤 한다. 그럴 때면 채개장을 먹는다. ‘채식육개장’으로 육개장에서 고기를 빼고 만들면 된다. 깔끔한 이열치열 음식이다. 후식으로는 케일스무디를 추천한다. 생 케일에 바나나, 얼음을 넣고 믹서에 갈면 끝. 보기만 해도 시원한 연둣빛 케일스무디 한 잔에 온몸이 상쾌해진다. 박지민(26·여·전직 영어 교사)

토마토 탕 쌀국수

토마토·버섯·호박 끓여 쌀국수와 함께 후루룩

육류·달걀·우유를 먹지 않는다. 회를 정말 좋아해 가끔 먹고 해산물도 가끔 먹는다. 채식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식구들의 불평이 많았다. 그러나 채식을 시작하면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2년 반 동안 먹던 혈압약도 끊었다. 지금 건강한 나를 보면 정말 행복하다.

토마토 탕 쌀국수를 여름 보양식으로 추천한다. 버섯과 호박은 납작하게 썰고 상추는 채썬다. 토마토는 꼭지를 따서 살짝 데친다. 올리브 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토마토를 통째로 넣고 으깨가며 뭉근한 불에 볶는다. 여기에 채소 우린 물과 버섯, 호박을 넣는다. 토마토의 진한 맛을 원하면 채소 우린 물을 안 넣어도 된다. 끓으면 약불로 20분 정도 더 끓여준다. 마지막에 두부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쌀국수는 끓는 물에 넣어 불린다. 그릇에 쌀국수를 담고 토마토 탕을 부은 뒤 채썬 상추를 올린다. 두반장을 적당량 넣으면 완성. 토마토와 쌀국수, 두반장은 필수 재료. 나머지 부재료들은 그냥 집에 있는 채소들을 사용하면 된다. 손점숙(50·여·조리사)

인삼죽

수삼·대추·밤·생강·찹쌀 잘잘 끊인 뒤 한 입

인삼죽

20년 넘게 해마다 단식 수행을 해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을 접하게 됐다.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건 9년 전. 하지만 완전 채식인이된 지는 정확히 5년이라 해야겠다. 바로 술 때문이다. 고기를 안주로 하는 술자리에서 술과 음식을 거절 못하고 받아먹다 보니 번번이 채식을 접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술을 즐긴다. 대신 고깃집에서의 술자리는 가급적 피하고 두부, 도토리 묵, 각종 전을 내놓는 곳으로 직접 장소를 잡는다.

집에 손님이 오면 인삼죽을 끓여 대접하는데, 이것이 나의 보양식이다. 일명 ‘채식삼계
탕’이라 불리는, 닭고기를 뺀 삼계탕이다. 찹쌀을 씻어 1시간 정도 불린 뒤 물기를 뺀다. 냄비에 물·수삼·대추·밤·생강 등을 넣고 끓이다 찹쌀을 넣고 조금 더 끓인다. 죽이 걸쭉해 졌을 때 두유를 한 컵 정도 넣으면 더 고소하다.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황기를 넣어 끓이면 효과가 있다. 최윤화(49·남·참살이연구원 경영)



채식 음식점

안심하고 배불리 먹자 - 채식 뷔페

‘뉴스타트’와 ‘러빙헛SM’이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두 곳 모두 30여 가지의 메뉴가 세팅돼 있다. ‘뉴스타트’의 소이, 퀘사딜라와 ‘러빙헛SM’의 매실탕수채는 한없이 갖다 먹을 만큼 맛있다. ‘뉴스타트’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2번 출구. 02-565-4324. ‘러빙헛SM’ 서울 포이동 포이사거리. 02-576-9637.

스님처럼 먹어볼까 - 사찰 음식 전문점

‘바루’는 조계사에서 운영하고, 사찰음식연구가인 대안 스님이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발우의 수에 따라 10합, 12합, 15합 등 세 가지 코스 정찬이 있다. 서울 견지동 조계사 맞은편. 02-2031-2081.

지난 2월 서울 화동에서 통의동으로 이전한 ‘감로당’. 총 다섯 가지 코스 정찬이 있으며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백년초로 만든 백년초 김치가 별미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02-3210-3397.

뉴요커 베지테리언 기분 내기 - 채식 카페

생채식 요리 전문가 최지영 셰프가 운영하는 ‘So True’에는 다양한 채식 파스타가 있다. 블랙 올리브 오일을 넣은 블랙 파스타와 머드 숏 파스타가 인기 메뉴. 미리 이야기하면 카푸치노와 라테에 우유 대신 두유를 넣어준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 2번 출구. 02-549-7288.

‘카페마노’에서는 브런치를 즐기기 좋다. 너트 타르트, 콩초코 컵케이크, 소이 핫코코아 등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메뉴들이 가득하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02-747-8457.

‘더블컵커피’의 그릴드 베지터블 샌드위치는 비채식인들도 반하고 가는 맛. 갓 구운 포카치아에 양념해서 구운 새송이버섯과 갖가지 채소, 치즈를 넣는다. ‘비건 용’은 치즈를 빼준다. 서울 계동 현대본사 뒤. 02-2618-5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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