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보 보호 신경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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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백화점에 갈 때마다 불쾌한 일이 있다. 물건을 구입하고 백화점 카드를 내밀면 계산대의 직원들이 아주 큰 소리로 비밀번호를 물어본다. 내가 작은 목소리로 "××××번요"라고 말하면 다시 큰 목소리로 "××××번요?"하고 되물어서 당황스럽다. 구내가 소란스러워 그런 버릇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우리 사회가 신용사회로 가는 기본조차 안됐다는 증거다.

내가 아는 분이 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신용카드를 건네줬더니 종업원이 카드조회 단말기를 들고 와 손님더러 비밀번호를 직접 눌러 달라고 하고는 자신은 짐짓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더라는 것이다. 고객의 신용정보를 완벽하게 지켜주려는 의도인 것 같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한참이나 뒤졌다.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 옆에 가보면 입·출금 전표가 그냥 구겨진 채 쓰레기통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그 때문에 범죄도 많이 일어나는데 분쇄기가 설치된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사회 전반에 걸쳐 타인의 정보를 보호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차형수·서울 송파구 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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