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IT소외 심각해지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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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월드컵 국민축제의 성대한 마무리로 한달간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은 끝이 났다. 세계 속에 한국을 확실하게 각인한 이번 월드컵은 특히 한국팀의 선전, 붉은 악마의 열광적인 응원으로 그 효과를 배로 만들었다. 2002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 못지 않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있는데 바로 IT강국으로서의 한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개최도시 마다 IT 기술 체험관이 큰 호응을 얻었고 월드컵 기간 중 각종 IT관련 국제행사들에서 한국의 IT산업 발전상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제 '정보화 시대'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얼마나 정보화 되었는가'또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가'가 부의 기준이 되어 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보화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장애인들이 이제는 더 이상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계단이 없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이나 재택근무 등을 생각해보면 그럴 것도 같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히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정보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0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컴퓨터를 보유한 장애인은 11.0%로 당시 국내 컴퓨터 보급률인 66%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6.9%인 장애인 인터넷 이용률은 전체 이용률 44.7%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출발점부터가 다른 현실은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의 특성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정보격차를 더욱 늘려놓고만 있다. 이는 곧 소득 격차로 나타나고 결국 빈곤의 대물림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장애인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말 것이다.

과연 이 문제의 실마리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리치먼드는 『사회적 진단』에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치유책을 낳는다"고 전제했다. 장애인 문제를 빚는 원인의 하나인 정보격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동·청소년기부터 장애인 정보화교육에 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대다수의 장애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정보화 교육을 접할 기회를 늘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와 병행하여 특수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도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해마다 수 많은 장애인 관련 정책과 제도를 발표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들의 정보화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업들의 지원 노력도 일시적이거나 상징적인 시혜성 이벤트에 그치고 말 때가 많다.

몇 년 전부터 한 기업체에서 장애청소년 정보검색대회를 개최하고 수상자들을 해외 연수까지 보내줘 아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회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보화에 대한 장애 청소년들의 열정과 의지를 강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개최돼 장애 청소년들이 미래를 대비하고 자립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다음 월드컵에서 IT산업 최전방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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