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거래 크게 위축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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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상가.오피스텔에 대한 새 기준시가는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 시장을 더 오그라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양도소득세나 증여.상속세가 늘어나면 세부담을 꺼려 거래도 줄기 때문이다. 특히 상가.오피스텔은 후분양제(내년 4월), 가격 공시제도(이르면 2006년) 시행도 앞두고 있어 이번 조치는 투자 심리를 아예 얼어붙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이번 조치가 비싼 상가나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람이 세금을 더 내고 반대의 경우는 덜 내도록 하는 조세 형평성에 맞춘 조치로, 납세자들이 내는 평균 세금은 올해와 거의 같다는 입장이다.

상가의 1층 출입구 부근과 같은 '1급호'는 종전 건물 기준시가를 적용할 때보다 크게 올라 세부담도 늘어난다. 대신 상가 꼭대기층이나 오피스텔의 비인기층은 평가액이 낮아져 세부담이 줄어들어 결국 평균 세부담은 올해와 같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셈법은 다르다. 실거래가격을 60% 반영하는 것부터 이미 세부담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용철 세무사는 "쇼핑몰 등 집단상가의 경우 땅 지분이 적어 토지.건물 평가 금액이 시세의 30%에 그치는 곳이 많다"며 "하지만 기준시가를 시세의 60%로 올리면 세금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양도세 등을 계산할 때 기준시가나 실거래가 중 유리한 것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파트 기준시가처럼 시세반영률을 70~90%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고려해 종전 건물기준시가와 비슷한 60%만 반영했다"며 "이는 사실상 기준시가를 동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특히 대형 쇼핑몰 상가가 밀집해 있으면서 투기지역에서 제외돼 있는 서울 동대문 일대가 이번 조치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강남권은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이미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왔기 때문에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필 세무사는 "이번 조치로 토지 투기지역에서 제외된 지역이 많은 서울 강북권이나 수도권, 지방 대도시의 대규모 쇼핑몰과 업무용 오피스텔 양도세가 늘어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들 지역의 상가와 오피스텔은 그동안 토지는 공시지가, 건물은 건물 기준시가로 각각 평가했기 때문에 시세 반영률이 낮았다.

한편 증여.상속세는 상가나 소규모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우진 세무사는 "올해부터 증여.상속세는 비슷한 물건이 거래됐을 경우 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는데 상가나 소규모 오피스텔은 이런 사례가 별로 없어 이번에 고시된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삼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래도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남구 N부동산공인 이모(49)사장은 "거래가 거의 끊긴 오피스텔의 경우 그나마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도 앞으로는 어렵게 됐다"며 "매물이 더 늘어나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에서 대형 쇼핑몰을 분양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공급 과잉에다 경기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가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며 "분양에 악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재.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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