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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서피동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장마가 북상하면서 비 오는 날이 많아졌다.

달갑지 않은 이도 있겠지만 비가 내리면 '빈대떡 신사'란 빛바랜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빈대떡 한 점에 동동주 한 잔'을 그리워하는 이도 많다. 서울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로 가는 뒷골목에 위치한 '서피동파(02-3142-1133)'.

상호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곳이지만 '서양에 피자가 있다면 동양엔 파전이 있다'란 의미를 알게 되면 친근감이 든다. 아울러 동양의 피자인 파전을 부쳐내는 빈대떡집이란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집의 간판 메뉴는 서피동파전(8천원).이 파전은 단순한 동양의 피자가 아니다. 파전으로 받아들이면 피자가 섞인 파전, 피자로 이해하면 파전이 섞인 피자로 다가온다.

우선 파전이 접시에 담겨 나오질 않고 얼핏 보면 피자 팬으로 착각되는 검은색 둥근 돌 판에 담겨 나온다. 피자를 자르는 롤러 커터까지 따라 나온다. 파전의 주체인 파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반죽 위에 붉은색 소스가 발라져 있고 그 위엔 푸른 피망과 모차렐라 치즈가 올라 있다.

그러나 피자 같은 파전 한 조각을 앞 접시로 옮겨 한 입 베어 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피자반죽·피자소스·피자치즈가 어우러진 피자 맛은 간데없고 고추장이 들어간 김치 장떡 부침개의 맛으로 돌변한다. 두께도 얇아 전통 파전의 부드러움보단 바삭거림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퓨전'이 가미된 파전인 것이다. 그래서 이곳엔 나이 지긋한 사람보다 대학생 또래들이 주 고객이다. 부침개·고추장·피망·피자치즈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서양 재료가 뒤섞여 모험심이 강한 젊은이들에게 참신한 맛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서피동파전 외에도 스파게티전·카레치즈전·참치전 같은 다른 빈대떡집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메뉴들이 있다.물론 해물파전·김치전·굴전·야채전·고추전 등 익히 보고 먹어 왔던 것들도 있다. 값은 7천~9천원.

파전·빈대떡에 찰떡궁합인 동동주는 5천원이다. 비에 젖은 으슬으슬한 몸을 녹여주는 뜨끈한 홍합국물은 무제한 서비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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