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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전파 이야기] 전파 도청 막으려 암호 섞어 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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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에는 두 해군 제독이 등장한다. 미국의 니미츠 제독과 일본의 야마모토 제독이다. 야마모토 제독은 진주만 기습을 성공시킨 일본 해군의 총사령관이었다. 그러나 야마모토 제독은 기지 순시를 위해 탔던 수송기가 니미츠 제독이 보낸 전투기에 의해 격추돼 죽었다.

일본군이 전파를 이용해 무선으로 야마모토 제독의 순시 일정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이를 니미츠 제독이 낚아채 암호를 해독했다. 니미츠 제독은 야마모토의 순시 길목을 지켜 격추시킬 수 있었다. 전파는 인류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지만 이처럼 암호를 허술하게 쓰면 통신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다. 전쟁 때는 패하느냐, 승리하느냐도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다.

무선 통신과 암호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전파는 눈이 달려 있지 않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전파 송신탑에서 전파를 쏘면 360도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이 때문에 수신기는 미리 정해진 채널(주파수)을 열어 놓고 상대편이 이용하고 있는 전파를 잡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사람도 그 채널에 맞춰 놓기만 하면 같은 전파를 수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니미츠 제독도 일본군이 사용하는 채널을 열어놓고 일본군과 동시에 통신 내용을 도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암호만이 통신을 비밀스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전파의 도청을 막는 것이 암호였다. 암호는 통신하려는 사람끼리만 아는 비밀통로가 있다. 이를 전파에 섞어 보내면 다른 사람이 설령 전파를 중간에서 도청했다고 해도 내용을 알아내기 어렵다. 도청자가 통신 내용을 알 수 있는 열쇠인 암호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암호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암호를 사용했다고 해도 남이 해독하기 쉬운 것을 쓰면 허사다. 만약 휴대전화도 암호가 잘 되어 있지 않다면 또 다른 사람이 도청하는 것은 여반장이다.

이제 전파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전파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자물쇠이자 열쇠 격인 암호와 안전하게 통신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연구에도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김인석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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