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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9명의 소년 블레어를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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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9일(현지시간) 코소보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열린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를 위한 영접 행사에서 블레어 전 총리(왼쪽)가 자신과 이름이 같은 코소보 소년들의 환영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슈티나 로이터=뉴시스]

토니 블레어(57) 전 영국 총리가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9명의 소년을 만났다.

블레어는 9일(현지시간)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를 방문했다. 파티미르 세지우 코소보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을 받기 위해서였다. BBC 방송에 따르면 영접 행사에는 하심 타치 총리를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행사 도중 검정 양복으로 복장을 통일한 9명의 소년이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이름이 ‘토니블레르(tonibler)’였다. 성은 각기 다르지만 블레어 전 총리의 성(Blair)과 이름(Tony)을 현지 표기 방식에 따라 한 단어로 만든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지도자·친구·영웅’이라는 문구와 함께 블레어의 얼굴이 등장한 대형 스크린을 배경으로 팝송 ‘위 아 더 월드’를 불렀다.

사회자는 이들이 모두 1999년의 이른바 ‘코소보 해방전쟁’ 직후에 태어난 어린이들로 코소보에서는 당시 신생아에게 이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블레어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세르비아군의 코소보 주민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개입을 주도했다. 세르비아군은 나토의 공습이 시작된 지 78일 만에 코소보에서 철수했다. 프리슈티나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클린턴대로’라는 이름의 거리가 있다.

블레어는 현지 TV 인터뷰에서 “나는 옳은 일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코소보 파병에)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해 미국·영국·한국 등 69개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하지만 러시아·중국 등의 반대로 유엔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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