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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상반기 펀드 평가] 명품 펀드라면 …‘차·반도체·삼성’들어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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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펀드매니저들의 실력은 상반기 내내 게걸음만 친 장세에 묻혀 버렸다. 실력보다는 펀드 이름에 ‘자동차’ ‘반도체’ ‘현대차’ ‘삼성’ 등이 들어 있느냐가 중요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높은 수익을 낸 펀드들이 그랬다. 자동차와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현대차와 삼성 그룹주 펀드들이 상반기 수익률 최상위를 줄줄이 꿰찼다. 중앙일보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상반기 성적표를 작성해 본 결과다.

상반기 주식시장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코스피지수는 6개월간 0.9%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업종이나 종목별 주가 차별화는 이뤄졌다. 미국 빅3 자동차 회사의 몰락과 일본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호재로 자동차주들이 일제히 뛰었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19.4%, 기아차는 63.1%, 현대모비스는 21.1% 올랐다. 소디프신소재(25.1% 상승, 5일 OCI머티리얼즈로 개명) 같은 반도체 관련주도 강세였다. 그게 거의 전부였다. 펀드도 이에 따라 성과가 갈렸다. 수익률 1위는 ‘삼성 KODEX 자동차상장지수[주식]’(25.96%), 2위는 ‘대신 GIANT 현대차그룹 상장지수형[주식]’(22.9%)이 차지했다. ‘미래에셋맵스 TIGER SEMICON 상장지수(주식)’(11.34%), ‘삼성 KODEX반도체 상장지수[주식]’(10.77%) 등도 호성적을 냈다.

ETF가 아닌 일반 펀드 중에서는 가치주와 중소형주 펀드의 성과가 돋보였다. 가치주 펀드로는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FT포커스’(19.66%)와 지난해 11월 설정된 ‘KB 밸류포커스’(14.81%)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횡보·약세장에서는 저평가된 가치주가 빛을 낸다’는 속설이 입증된 것이다. 중소형주 펀드 중에서도 특히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실적이 좋았다. ‘알리안츠 Best 중소형[주식](C/A)’(17.09%)과 ‘한국투자 중소밸류(주식)(A)’(8.95%) 등이 그런 펀드다.

평균적으로는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3.49%로 주식형을 앞질렀다. 경제가 안정을 찾으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값이 오른 덕이다. 부도 위험이 많이 줄었다는 의미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기준금리가 올라 앞으로는 채권 값이 떨어질 것이어서 하반기에는 채권형 펀드의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제로인은 이번 펀드 평가부터 ‘우수 펀드’를 따로 뽑았다. 오랜 기간 기복 없이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들을 골라내 등급을 매겼다. 이런 방식으로 등급까지 매긴 것은 중앙일보가 2004년 1분기에 펀드 평가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우수 펀드는 운용을 시작한 지 3년 이상 된 펀드 중에서 골랐다. 1위는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C/A)’ 2, 3위는 각각 ‘한국투자 한국의힘1(주식)’과 ‘KB 외국인선호주(주식)(A)’였다. 3년 미만 펀드 중에서는 ‘에셋플러스 코리아리치투게더-자1’이 최고 판정을 받았다.

하현옥 기자



◆표 보는 법=이번 펀드평가에서는 ‘우수 펀드’와 ‘상반기 수익률’ 두 가지 표를 실었습니다. 우수 펀드는 장기간 기복 없이 얼마나 꾸준히 수익률을 냈는지를 살펴 뽑았습니다. 3년 이상 운용된 펀드와 3년 미만으로 나눠 등급을 매겼습니다. 태극 표시가 많을수록 등급이 높은 펀드입니다. 같은 등급에서는 위에 있는 펀드가 성적이 좋습니다. 수익률 표는 단순히 상반기 수익률 순서에 따라 정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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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성적’보다 오랜 기간 수익 낸 ‘꾸준한 우등생’골라
‘우수 펀드’ 어떻게 뽑았나

중학교 3학년인 두 학생이 있다. A양은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반에서 10등을 했다. 15등 주위를 맴도는 B군은 어쩌다가 한번씩 2, 3등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둘을 놓고 다음 번에 누가 더 성적이 좋을지를 예측하라면 뭐라 답하겠는가. 확률적으로 A양이 성적이 높을 것이다.

중앙일보와 제로인이 올 상반기 펀드평가에서 첫선을 보인 ‘우수 펀드’도 이런 방식으로 뽑는다. 오랜 기간 얼마나 꾸준히 수익을 냈는지를 살핀다. 올 상반기에 ‘반짝’했어도 과거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우수 펀드에는 끼지 못한다. 펀드는 장기 투자의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한 것이다.

3년 정도 장기 수익률이 높다고 반드시 우수 펀드 평가에서 더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펀드 A는 매년 15%씩 수익을 내 3년간 52%(복리 계산) 자산을 불렸다. 하루하루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올랐다. 반면 B펀드는 첫해 40% 수익을 내고, 다음 해엔 20% 손실을 입고, 그 다음 해에는 다시 45% 올라 투자자에게 총 62% 이익을 안겨줬다. 매일 수익률이 널뛰기를 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둘을 놓고 보면 3년 수익률은 B펀드가 단연 높다. 하지만 중앙일보와 제로인의 평가에서는 A펀드가 점수를 더 받는다.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B펀드는 가입 시기를 잘못 택하면 손실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꾸준한 우등생’을 골라내는 게 중앙일보와 제로인의 펀드 평가 방식이다. 전문 용어를 빌린다면 ‘펀드의 위험(변동성)을 고려한 수익률(위험조정수익률)’을 따진 것이다. 최종 등급은 펀드별로 위험조정 수익률을 산출한 뒤, 같은 유형의 펀드들과 비교해 얼마나 성적이 우수한지에 따라 상대 평가를 해서 결정했다. 세부적인 계산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톰슨로이터나 모닝스타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펀드 평가 회사들도 이렇게 위험을 고려한 수익률에 따라 펀드에 등급을 매긴다.

자산운용사 평가도 같은 방식으로 했다. 펀드 평가든, 자산운용사 평가든 코스피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 펀드나 특정 업종에만 투자하는 섹터 펀드처럼 ‘운용 실력’을 비교할 수 없는 펀드는 평가에서 제외했다.

신중철 제로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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