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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당'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 "제3의 길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노동당(대표 권영길)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끌어냈다.

지지 정당 투표에서 민노당은 전국적으로 1백34만표(8.14%)를 얻었다.1백7만표(6.5%)의 자민련을 제치고 득표 수로는 제3당이 됐다.

호남에서는 평균 14.2%의 지지로 한나라당까지 제쳤다. 그 결과 비례대표 광역의원 9석을 얻었다. 민노당은 내친 김에 2004년 총선 때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2008년엔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하겠다고 장담한다.

權대표를 지난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만났다. 90평 남짓한 공간에 당직자 40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다.

權대표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겠다"며 "진보 세력의 총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결과가 좋으리라고 예상했나.

"광역단체장 후보를 낸 7개 지역에서는 평균 2%, 정당 지지 투표에서는 5%가 목표였다. 8% 넘게 지지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호남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이어져 민노당이 호남에서 상당히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민노당은 노동자당이고, 호남은 농민이 많은데.

"민노당은 노동자들만의 당이 아니다. 우리 슬로건은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노당'이다. 노동자·농민·도시 서민을 모두 포괄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호남 농민 조직이 열심히 도와줬다.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 후보가 낙선하고, 부산시장에 나섰던 김석준 후보가 민주당 한이헌 후보를 이기지 못한 게 아쉽다. 그게 이뤄졌으면 영남의 지역 정서를 돌파할 교두보도 마련했을 것이다."

-12월 대선에 출마하나.

"그렇다. 출마 선언 시기를 검토 중이다. 민주노총·한국노총·전국농민총연맹·전민련 등 여러 단체와 간담회를 해 범진보 진영의 단일화 추진 기구를 만들겠다. 그래서 후보가 여러명 나온다면 예비 경선을 통해 단일화하는 방안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좌파 정당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나.

"이제 '레드 콤플렉스'는 거의 사라진 것 아닌가. 민노당은 1950년대 죽산 조봉암의 진보당 이후 사실상 유일한 진보 정당이다."

-민노당과 민주당의 관계가 유럽의 노동당과 녹색당처럼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논박할 가치도 없다. 민주당은 남북 문제 등에서 일부 진보적 입장을 취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민주당이 개혁도 진보도 아니라고 본다. DJ(김대중 대통령)는 남북 긴장 완화와 평화 체제 구축 등 성과를 거뒀지만 그에 못지않은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 신자유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는가.

"盧후보의 개혁은 DJ가 말하는 신자유주의식 개혁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 盧후보도 스스로 진보 세력의 대변자가 아니라 개혁 세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전세계적으로 진보 좌파와 우익을 나누는 기준은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이다.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 총리의 '제3의 길'처럼 좌파나 진보도 이제 중간으로 수렴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 아닌가.

"토니 블레어도 노동당의 원래 강령으로 회귀하고 있다. 제3의 길은 없다고 본다."

김종혁·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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