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해엔 내가 잘해 기분 좋게 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송년 만찬에 앞서 선물로 받은 '아르빌 병사와의 포옹'을 높이 들어보이고 있다.최정동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만찬에서 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시사하는 다양한 언급을 했다. 건강한 협력관계,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다는 언급이 그 결정판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에서 "가슴 뭉클한 기사도 있었고 '이건 아닌데'라고 짜증도 났었지만, 한 지붕 밑에 사는데 잘 만나지도 못했고 팍팍했다"며 "1년반 동안 가슴을 팍 열어놓고 터놓고 풀어가면서 사는 여유가 없었다"고 그간 언론과의 관계를 평가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에 대해 언급하며 "중간결산을 할 때인데 '왜 한 게 없을까'하면 참 미안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로 비롯된 일이 너무 많았고 나로 말미암아 생긴 변화가 많았다"며 "세상 일이란 게 그렇고 그렇게 함께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전 사회 각 분야에서 정말 자랑스럽고 자신있게 자기 직업을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언론도 마찬가지며 진일보한 모습으로 내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노 대통령은 "정말 고생 많이 했다"며 출입기자단에 대한 위로와 덕담의 말도 건넸다. "기사를 보면 때로는 열도 받지만 비행기를 타고 세상 한바퀴를 같이 돌면서 난 대통령이니까 당연하지만 기자들은 어떻게 감당할까 궁금했고, 참 고생이 많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나도 그렇지만 여러분은 더 팍팍했을 것"이라며 "나는 기사를 읽는 게 여러 일 가운데 작은 일이지만, 여러분은 종일 대통령과 참모들을 지켜보며 뭘 쓸까 걱정하는데 참 팍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사말에 앞서 노 대통령은 사진기자들로부터 이달 초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방문해 한 부대원과 포옹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 액자를 선물로 받았다.

노 대통령은 "기사는 고약하게 쓰는 것 같은데 사진은 고약하게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조크를 한 뒤 "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표현해 준 것 같아 마음이 찡하고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새해에는 내가 잘해서 기사를 쓸 때도 기분좋게 해드리겠다"며 "계속 잘하는 대통령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좀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신년 연휴 기간 중에는 개각이 없을 것"이라며 "쓸 기사가 없는 것은 여러분의 회사 사정이고 기획도 준비되어 있을 테니 31일부터 1월 2일까지 청와대가 뉴스를 생산하는 일이 없도록 참모들이 유의해 달라"고 해 웃음이 터졌다. 이날 만찬에는 외신 기자 29명을 포함해 130여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