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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체벌규정' 논란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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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때리는 위치와 방법 등 하나라도 어기면 학생과 학부모가 고소·고발을 하더라도 고스란히 당해야 하는 셈인가. 이번 체벌 규정은 학교 현실을 모르고 입안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다."(교사)

"이제 선생님들이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면 신고할 수 있나요."(학생)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6일 체벌 규정을 포함한 생활규정 예시안을 발표한 뒤 '사랑의 매'를 둘러싸고 인터넷 등에서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에 논란이 불붙었다. 교육 관련 단체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체벌 규정에 대한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찬반 의견이 수백건이나 쏟아졌다.

"회초리 길이까지 재가며 벌을 줘야 할 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에서 "합법적으로 체벌을 허용해 폭력을 용인한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다양하다.

학생들은 체벌 규제에 찬성하는 쪽이 많았다. 고교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여태까지 별 잘못 없이 혼이나도 참았다. 출석부로 머리를 때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심하다"고 적었다.

비판적인 학생도 적지 않았다. 한 학생은 "선생님이 매를 든다고 해서 학생들이 어긋나지 않고 교실 붕괴 현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인은 잘못된 교육시스템에 있다"고 주장했다.'highranker'라는 아이디(ID)를 사용한 학생은 "우리가 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많은 교사들은 이번 체벌 규정이 학교 현장 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40여년간 교직 생활을 했다는 한 교사는 "교실에 있는 학생 3분의 2가 잠을 자도 지도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매를 대는 교사는 그래도 교육자"라며 씁쓸해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규정은 합리적이며 학생들의 인격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라고 환영했다.

전교조는 보도자료에서 "1998년 금지했던 체벌을 공교육 내실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허용하는 것은 정책의 후퇴"라면서 "체벌없이 교육이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 황석근 대변인은 "체벌 관련 예시규정이 비현실적이고 모호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혼선을 일으키고 분쟁의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지희 회장은 "체벌 논란은 과거부터 계속 있어왔던 만큼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체벌과 관련해 현실적인 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손·발로 때려서는 안된다' '남학생은 봉으로 엉덩이만 때린다'는 등의 학생 체벌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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