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티켓값 10만원’
‘피맛골 연가’ VIP석 5만원
하지만 철옹성 같던 10만원 가격에 금이 가고 있다. 올 9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시작하는 ‘명성황후’는 최고가를 9만원으로 책정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작뮤지컬 ‘피맛골 연가’의 VIP 가격은 고작(?) 5만원이다. “10만원이란 마지노선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란 게 뮤지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배경은 간단하다. ‘신(新) 빙하기’라 불릴 만큼 최악의 불황기를 맞은 공연계가 ‘가격인하’라는 고육책을 선택한 것이다.
9월 막이 오르는 ‘피맛골 연가’가 5만원이란 ‘착한’ 가격으로 표를 팔 수 있었던 건 서울시가 직접 제작에 나서기 때문이다. 서울시 엄연숙 문화예술과장은 “민간에서 제작한다면 이와 같은 가격 파괴는 불가능하겠지만, ‘피맛골 연가’는 서울시가 제작비를 전액 부담한다. 많은 시민에게 관람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최대한 티켓값을 낮추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피맛골 연가’는 티켓 오픈 당일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명성황후’ VIP석 9만원
◆거품 빠지나=그 동안 비싼 티켓값에 불만이 컸던 뮤지컬팬들로선 10만원 붕괴 소식은 더없이 반가울 터다. 그러나 앞으로도 가격 하락이 유지될지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호진 대표는 “티켓값이 떨어지기 위해선 제작비가 낮아져야 하는데, 배우 몸값은 물론 무대·음향·조명 등의 설치 비용은 오히려 상승세”라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 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6개월 전만해도 특A급 남자 배우의 경우 회당 250만원 선이었는데, 최근엔 400만원을 웃돌고 있다”며 “원가 절감 없는 티켓값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8월에 개막하는 ‘빌리 엘리어트’는 최고가 13만원을 낮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는 “우리의 창작 역량이 아직 대형 뮤지컬을 만들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중형 뮤지컬 위주로 창작 여건이 변화되면, 내실 있고 탄탄한 작품이 탄생하면서 관객도 몰리고 티켓값도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선순환 구조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