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가만히 좀 있으란 말 아이들에겐 고문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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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꼼짝도 하지 않기!
토니 퓨슬 글 그림
서애경 옮김
뜨인돌어린이
40쪽, 1만500원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들. “합죽이가 됩시다, 합!”이라 외쳐봤자 몇 초 못간다. 어른들 눈엔 그저 산만하고 부산스럽게 보일 뿐. 하지만 아이들 나름대론 이유가 많다. 책은 그런 아이들의 특성을 재치있게 짚었다. ‘라이언 킹’ ‘니모를 찾아서’ ‘인어공주’ 등을 만든 애니메이터 토니 퓨슬이 첫 그림책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운동에, 게임에, 쉴 새 없이 놀다 지친 샘과 프랭키가 책의 주인공이다. 둘은 이제 의자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놀이’를 하기로 한다. 눈 깜박, 입 벙긋도 안된다. 손가락 하나,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샘이 프랭키에게 가만히 있는 노하우를 알려줬다. 공원에 있는 돌조각상이 됐다 생각하고 앉아있으란 거다.

처음엔 순조로왔다. 하지만 돌조각상도 꼼짝 않고 살기가 녹록치 않다. 하나 둘 날아든 비둘기가 머리에 앉고, 무릎에 앉고…. 프랭키는 두 손을 흔드며 비둘기 쫓기에 바빠졌다.

“다시 해 보자. 숲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되는 거야. 할 수 있지?” 프랭키의 다짐을 받고 놀이는 다시 시작됐다. ‘내가 나무다’ 완전히 몰입해버린 프랭키. 아이고, 이를 어쩐다. 개가 응근슬쩍 다가와 나무밑동에 오줌을 싸고 가는 게 아닌가. 프랭키로선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는 일.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해보며 아이들은 ‘꼼짝도 하지 않기’란 게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닫는다. 가만히 있으란 어른들의 평소 요구가 얼마나 무리한 주문이었는지, 실감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책에는 시종일관 아이다운 건강한 에너지가 넘친다. 겉으론 산만해 보이는 아이들 속에 얼마나 반짝반짝 기발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지, 잠깐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진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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