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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전자발찌 확대해야 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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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성범죄자 처우와 관련된 약물치료와 전자발찌를 비교해 보면 전자는 화학적 변화가, 후자는 물리적 변화가 주된 방법이다. 전자가 니코틴 껌으로 흡연 욕구를 일시 감소시키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담배를 대신하는 물건으로 흡연 흉내를 내 참는 방식이다. 어설픈 금연은 실패 후 담배를 오히려 더 피우게 된다. 마찬가지로 성충동 억제도 약물투입이 없어지면 금단 증상이 생길 것이다. 이로 인해 더 잔인한 범죄수법이 등장할까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다.

반면 2008년 9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자발찌 제도는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 연인원 613명, 부착 대기자 235명, 동종 재범 1명, 전자장치 훼손 및 도주 6명. 그간의 전자발찌 제도의 성적표다. 일반 성폭력 범죄자의 동종 재범률이 14.8%인 점을 감안할 때 재범률이 0.16%에 불과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일하게 동종 재범을 저지른 자도 처음에는 범죄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위치추적 자료를 제시하자 범행 20시간 만에 범죄를 자백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7월 16일부터는 전자발찌 제도가 더 강화된다. 첫째, 그 대상이 성폭력 범죄·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에 이어 살인범죄로 확대된다. 둘째, 과거의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소급적용이 가능해졌다. 셋째, 부착기간도 최장 30년으로 늘어났다. 넷째, 피부착자는 보호관찰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사실 전자감독 장치가 만능은 아니다. 뉴욕 성범죄자 관리국의 2008년 ‘성범죄자 관리에 관한 연구’에서도 전자감독 장치는 유용하지만 긍정·부정의 측면을 모두 가진다고 지적한다. 범죄수사에 유용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억제하며 효율적인 비용 등은 긍정적이다. 반면 범죄자의 위치를 알 뿐이며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전자발찌 부착자들은 상당한 심리적 위축감을 가진다. 항상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주로 은밀한 곳에서 성폭력 범죄가 이루어짐을 고려할 때 전자발찌는 제3의 눈, 사회가 지켜보는 눈이 되는 것이다. 물론 전자장치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드물게 있었다. 그러나 훼손과 동시에 경보가 발생하고 공권력이 투입되고 지명수배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발생빈도는 낮다. 입증된 범죄 억제력, 이것만으로도 전자감독 제도를 확대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박준재 서울서부보호관찰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