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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號'에 유럽 빅리그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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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월드컵 결승으로 가는 길은 험했다. 씁쓸한 패배만은 아니었다. 히딩크호는 그 목적지였던 16강을 넘어 기적같은 4강 진입을 이뤄냈다. 짧고도 길었던 여정은 이제 끝났다. 오는 29일 3-4위전을 마지막으로 히딩크호의 선원들은 각자의 길을 떠난다.

선장인 거스 히딩크(56)감독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전세계에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인 만큼 그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가능성은 세가지 정도다.

첫째는 세계 3대 리그인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명문 클럽의 감독으로 가는 길이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 스포츠'는 최근 히딩크 감독이 예전에 사령탑을 맡았던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다시 팀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둘째 가능성은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가는 것이다. 1986년부터 4년간 감독을 맡았던 PSV 아인트호벤에서 히딩크 감독 영입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팀 감독을 맡을 수도 있다.

한국에 계속 남아있을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히딩크와 2006년까지 재계약하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무엇보다 한국 국민이 그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히딩크 감독도 알고 있다.

선수들의 진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16강 진출 덕분에 김남일·박지성·설기현·송종국·안정환·이영표·이천수·차두리·최태욱·현영민 등 열명이 병역혜택을 받게 됐다. 안정환(26·이탈리아 페루자)과 설기현(23·벨기에 안더레흐트)은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6월 30일 이전에 외국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복귀해야 했었다. 정부에서 2000년 3월에 마련한 '2002 월드컵 유망주 해외진출 프로젝트'에 근거해 설기현과 안정환의 병역 연기기한을 월드컵이 끝나는 30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역 혜택 결정으로 그 기한이 무의미하게 됐다. 페루자에서도 25일 부산아이콘스와 임대계약 상태에 있던 안선수를 페루자로 완전 이적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기현 역시 이번 대회에서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공·수능력을 입증해 유럽 빅리그 클럽에서 영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보다 관심을 끄는 선수는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로 떠오른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이다. 박선수는 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 프로팀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유럽명문 클럽 감독직을 수락할 경우 박선수를 데리고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종국(23·부산)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4~5개 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차두리(22·고려대)는 부친 차범근씨가 활약했던 독일 레버쿠젠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상철(31·가시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한 팀과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돼 조만간 영국땅을 밟게 될 전망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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