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터키 노병 축구장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른 한국. 그리고 아프리카 돌풍을 잠재우고 역시 4강에 든 터키. 지금 두 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감격과 희열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더욱이 한국의 4강전이 열리는 25일은 민족사의 아픔인 6·25가 발발한지 52년 되는 날. 자유수호를 위해 당시 이 땅을 밟았던 외국 젊은이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이 기쁨은 아예 생겨나지도 못했으리라. 터키는 파병 유엔국 중 미국 다음으로 많은, 연인원 4만명이 넘는 병력을 보냈고 많은 희생자(4천명 이상)를 낸 우리의 우방이다.

당시 터키의 젊은 용사들이 백발이 성성해진 지금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자신의 청춘을 불살랐던 이곳에서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사실상 월드컵 특집이 돼버린 6·25 특집프로그램 '터키 노병의 오~필승 코리아'가 KBS-1TV를 통해 25일 오전 10시 방영된다. 당초 밤 10시로 예정됐었으나 우리가 4강에 진출하는 바람에 시간이 바뀌었다.

지금도 아리랑을 부르며 '코넬리(한국인)'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참전용사들에게 한국은 형제의 나라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터사모(터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민간단체의 따뜻한 환영과 관심에 감동했고 엄청나게 변한 도시의 모습에 놀랐다.

부산 유엔 기념공원을 찾은 이들은 전사자 명부에서 전우의 이름을 찾아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터키의 프로축구단 페네르바흐첸의 후원으로 월드컵 관람에도 나섰다. 자국팀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 붉은 악마들과 어울려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한국팀을 응원하는 데도 목청을 높였다.

폭음 속 전쟁터에서 자신의 의사 소통을 도와줬던 통역관 미스터 김을 애타게 찾고 있는 알리잇산 울군 할아버지의 사연은 그동안 이들이 한국에 대해 지녀온 애정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새삼 일깨운다. 이 프로그램은 터키 앙카라대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의 학습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