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in Art] '문화나눔' 4개월 결산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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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참석자=노현주(25· '천사의 집' 출강) 김은희(48·'금강애린원' 출강) 이현섭(32·'신애원' 출강) 최웅수(38·중소기업 Q&S 대표)

전국 275개 아동복지시설(보육원) 1만8000명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화나눔(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사업이 지난 9월 시행 이후 4개월을 맞았다. 문화관광부 주최, 메세나협의회 주관, 총리실 복권위원회.중앙일보 후원으로 문화복지 사회캠페인 '위 스타트 인 아트' 차원에서 후원하는 이 사업의 중간결산을 위해 문화나눔 강사.참여 기업인 등 4명이 좌담을 마련했다.

▶ 최웅수=기업인으로서의 제 꿈은 '들어가고 싶은 기업 1위'를 만드는 겁니다. 보통 매출액 규모로 따져 회사 가치를 말하지만 저는 사회 기여도가 진정한 기업의 가치라고 믿거든요. 저번 메세나협회에서 참여 제안이 왔을 때 좀 고민을 했습니다. 기업 이름만 걸게하고 막상 수업은 대충 진행한다면 탈퇴할 작정이었지요.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 다행스럽습니다.

▶ 김은희=저는 평소 우리 사회의 그늘인 보육원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지난 여름 중앙일보 1면 기사를 보고 '옳다구나' 싶었죠. 개인 차원의 자선과 달리 정부.기업.언론의 공동 프로젝트가 듬직해 보인 거죠.

▶ 이현섭=제 경우는 이탈리아의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등 유학 생활을 10년 하다가 공부를 접고 문화나눔 강사로 참여한 케이스입니다. 예전 서구의 콘서바토리(음악원)설립이 고아원 예술교육에서 출발했었다는 점도 알고 있던 차에 고국에서의 봉사를 위해 귀국을 결심했지요. 지난 8월 강사 연수교육 때부터 체계적 운영에 놀랐고, 내내 만족스러웠습니다.

▶ 김은희=막상 교육현장은 쉽지만은 않았어요.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세 자매 등 심각한 상처가 있는 아이들도 일부 있었거든요. 수업시간에 그들이 남긴 미술 실기를 들여다보니 이 아이들의 닫힌 내면은 가슴이 철렁할 정도였어요. 다만 발달 장애로 수업 때 입도 벙긋 않던 아이가 7~8주 지나 말 문을 열 때 보람을 느끼지요. 가족해체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은데 보다 정교한 심리 진단을 거쳐 양육을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이현섭=미취학 아동들은 누군가가 와주는 것 자체를 기뻐해요. 수업을 한 주 미루면 "선생님 왜 안왔어요"라며 난리죠. 반면 중.고생들의 경우 반항아 기질 때문에 조금 고생을 했지만요.(웃음) 크지는 않지만 작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간다는 게 중요합니다.

▶ 김은희=언어 장애로 한글도 잘 못쓰는 5학생 두 아이가 있었어요. 처음엔 난감했는데, 영화촬영 수업을 하며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연기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하는 거예요. 수줍음 타던 아이들도 촬영을 위해 목욕한 뒤 무스까지 바르고 오기도 하더군요. 사람들의 생각 이상으로 글 잘 쓰고, 상상력이 기발한 아이도 많았지요.

▶ 노현주=보통 초등학교 특기적성 수업을 보면 함께 하는 공동 작업에는 별 흥미가 없어요. 그와 달리 보육원 아이들은 문화나눔 수업을 감사해할 줄 아는 게 다르죠. 제 수업은 제주도에서 진행되는데, 행복하게도 수업 뒤 아이들이 저를 자전거를 태워 공항까지 바래다줘요. 단 한두 번의 수업으로는 아이들이 정을 안줘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상처를 주기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공공적 문화복지 사업은 지속적으로 끌어가야 합니다.

▶ 최웅수=감동적입니다.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과 달리 우리 후원 기업들은 그저 편안히 앉아 사회 봉사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알기에 문제는 정부예산일 것입니다. 올 9~12월동안 예산 66억원이 들었어요. 총리실 산하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 50억원, 회원 기업 16억원 지원이죠. 내년엔 꽉찬 열두달을 진행하는데 정부 지원이 35억원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내년 사업을 내실있게 진행해야겠지요?

▶ 일동=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정리=이경희 기자

[바로잡습니다] 12월 23일자 26면 '위 스타트 인 아트, 문화 나눔 4개월 결산 좌담' 기사에서 '보건복지부 50억원'은 '총리실 산하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 50억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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