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공영성 제일 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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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80년 신군부가 언론장악을 위해 민영방송인 TBC(동양방송)를 강제로 빼앗아 KBS에 통합시킨 KBS-2TV의 정체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공영방송을 표방한 KBS-2TV의 공영성이 MBC와 SBS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최근 방송법 규정에 따라 외부 학자들과 내부 인사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을 구성해 작성, 공표한 '2001년도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KBS-2TV의 공영성 지수(PSI:Public Service Index)는 67.7점(만점 100점)으로 MBC의 69.4,SBS의 69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PSI란 KBS와 한국언론학회가 공동으로 개발한 방송프로그램의 공영성 측정지수를 일컫는다.특히 지난해 방송 3사 프로그램 2백55개 가운데 공영성 지수가 가장 낮은 프로그램 15% 안에 '서세원 쇼''이유있는 밤''연예가 중계' 등 KBS-2TV의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포함됐다.

반면 공영성 지수가 높은 프로그램 30위 이내에는 KBS-2TV의 프로그램이 4개밖에 포함되지 않아 MBC·SBS의 각 6개보다 적었다.이는 KBS-2TV가 고급 문화를 외면하고 저급 문화를 앞장서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한 KBS는 지난해 벽두부터 8월까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보도태도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지 못했고, 양적으로도 너무 많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KBS의 보도태도는 자신이 제정한 방송제작 가이드 라인을 스스로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이 보고서는 비판하고 있다.

한국방송진흥원의 수석연구원 강만석 박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언론학계와 많은 미디어 관련 시민단체들이 KBS-2TV의 공영성과 질적 수준에 대해 비판을 했음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향후 KBS-2TV의 존재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면서 "KBS-2TV의 민영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 지방선거 공약에 KBS-2TV와 MBS의 민영화를 내걸었고, 대선 과정에서 미디어 정책과 관련해 다시한번 KBS-2TV의 미래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예상된다.

이번 결과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편성비율이나 공영성 지수에서 KBS-2TV가 이미 상업방송과의 차별성을 상실했다"면서 "이는 시청률 지상주의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비판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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