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수업을 받고 있는 중앙시장 상인들이 ‘손 쌓기’ 게임을 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조영회 기자]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자 조별로 5~6명이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자신이 속해 있는 팀의 이름과 구호를 스스로 만들어 다른 팀에게 깊은 인상이 남도록 소개해야 한다. 행동이 가장 빠른 팀에게 점수가 주어진다. “팀 이름은 두자로 지어야 한다”는 강사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행복·남산·사랑·소망·장미·중앙·번개 등 순식간에 이름을 정했다.
“‘ㄴ’자로 시작하는 네발 달린 새끼 낳는 동물 3마리를 써보세요” 강사의 질문에 팀 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 발걸음이 가장 빠른 팀원이 칠판으로 뛰어나가 적었다. 게임을 하면서 팀원간의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서로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즐거운 자리가 됐다. 이 강의는 팀 빌딩 혹은 팀 워크 게임이다. 게임을 통해 팀의 공동 목표를 이뤄 나간다. 닫혀 있는 마음을 열어 화합과 단결된 마음으로 만들기 위한 자리다. 개개인 모두가 헌신적인 노력으로 상대 팀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참여 의식과 직위의 높낮이 구별 없이 하나가 돼 협력함으로써 팀 속에 있는 ‘나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협력을 통한 일체감 조성 ▶적극적인 참여 의식 고취 ▶헌신적인 봉사 정신 ▶하나를 위한 협동심(집단력 강화) ▶팀 속의 역할 의식 등의 목적을 이루게 된다.
남산중앙시장 상인대학이 지난달 개강식을 갖고 4번째 강의를 진행했다. 24번으로 나눠 열리는 상인대학은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이 있다. 90명이 정원인데 상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모집인원을 쉽게 채웠다. 강의마다 각기 다른 강사진이 포진돼 교육의 질과 전문성을 높였다. 교육분야도 마케팅, 고객감동, 의식혁신, 판매기법 등 다양하다. 전통시장 상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장경영진흥원이 상인대학을 육성·지원하고 있다. 상인대학은 2006년 전국적으로 31개를 시작으로 이듬해 50개를 돌파하는 등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까지 323곳이 생겼다. 교육인원은 무려 2만6000명에 달한다. 졸업인원도 1만명(지난해 8월 현재)을 돌파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의 확산으로 상인들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유통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주먹구구식 판매방법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과일 점포를 운영하는 강기정(55)씨는 “20여년 동안 노점상을 운영하면서 상품진열과 고객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상품 종류별, 크기에 따라 정리정돈 방법과 고객을 대하는 요령을 자세히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선우(61) 상인회장은 “상인들의 단합과 의식개혁,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1월 상인대학 개설을 신청했다”며 “현대화 시설과 함께 상인대학이 열리면서 상인들의 전반적인 의식이 180도 바뀌었고 이는 곧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