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회원들 좌담회]"급한 환자 안내때 가장 큰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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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BBB운동이 한창 가동 중이다. 외국인들은 BBB 회원들을 통해 한국에서의 언어불편을 해소하고 있으며 회원들도 '세계 언어가 통하는 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응화(영어·53·통역안내원)·최혜숙(스페인어·37·여·학원강사)·이규승(일어·35·회사원)·마정민(러시아어·25·여·통역 프리랜서)씨 등 네명의 회원들이 모여 그간의 봉사경험들을 나눴다.

▶김응화=이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전화가 올까하고 의아해 했습니다. 그러나 5월 중순부터 BBB가 울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매일 오고 있습니다. 갈수록 이 운동의 필요성을 새롭게 느낍니다.

▶마정민=요즘에는 휴대전화를 가능하면 끄질 않습니다. 부재 중에 BBB대표전화 번호인 '0606000'이 휴대전화에 찍힌 것을 보면 괜히 미안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명감을 갖고 항시 대기하는 자세로 임합니다만.

▶이규승=외국인들은 통역보다 길·관광지 안내 등의 정보를 더 필요로 하는데 이는 봉사자들로서도 한계가 있는 일입니다. 인터넷상의 BBB 카페에서 회원들과 경험을 나누고 있는데 역시 그런 얘기들이 많습니다.

▶최혜숙=모 병원 의사가 요통을 앓고 있는 외국인 환자가 왔다며 통역을 부탁했을 때, 전문의학 용어라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사전을 갖다놓고 통역을 하느라 식은 땀이 났지만 의사의 '너무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마정민=불편을 느낀 시민들도 전화를 많이 걸어옵니다. 6월 초 김해공항에서 승무원이 전화를 걸어와 항공 수하물 선적 규정을 무시하고 TV를 비행기로 가져가겠다고 우기는 러시아 승객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습니다.

▶김응화=특히 아픈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는 보람이 컸습니다. 어느날 위가 탈이 난 사람이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왔는데 저의 휴대전화 번호를 따로 알려주며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까지 도와줬더니 무척 고맙다고 했습니다.

▶최혜숙=BBB의 취지를 모르고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예의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번은 한창 통역을 해주다 보니 무역회사의 무슨 회의를 통역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부탁은 자제해야 하지요.

▶김응화=BBB는 무조건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외국인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에티켓도 없이 전화를 걸어 못 도와주면 불평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설득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마정민=한국인의 장난전화도 문제예요. 어떤 때는 밤늦은 시간에 경찰이 전화를 해 한번 시험하려고 전화했다는 겁니다.

▶이규승=BBB를 위한 전화요금을 무료로 해줬으면 합니다. 외국인을 위해 전화를 걸어준 시민이 대뜸 "그런데 이 전화요금은 누가 부담하지요"라고 문의했을 때 난감했습니다. 다행히 011, 017 두 번호는 무료로 합니다만.

▶최혜숙=BBB 운동은 영어 외 세계 각 언어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제 시민들은 두려움 없이 외국인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됐지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있는 다국어 통역 인프라로 키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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