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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줄어도 연기 집념 '삭발 장동건'굳세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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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장동건이 삭발을 했다. 지난해의 대흥행작 '친구'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엔 해병대 입소를 위해 머리를 깎은 것. 김기덕 감독의 신작 '해안선' 준비를 위해 그는 지난 주말 배우 25명과 함께 2박3일간의 지옥훈련을 마치고, 18일 촬영에 들어갔다.

사실 '해안선'은 장동건 때문에 전체 일정을 두 차례 연기했다. 영화 크랭크 인을 하기 전에 장동건이 이미 계약해놓은 CF 촬영을 마무리하는 일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열혈 축구팬인 배두나가 월드컵 응원을 위해 '굳세어라 금순아'의 촬영 일정을 일부 조정한 것도 스타의 파워를 내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번에 장동건은 할 말이 많다. 삭발로 인해 그는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상당한 광고 출연료 수입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CF 한편당 4억원 수준으로 인기 정상을 달리는 상황에서 광고 2~3편이 날아갈 판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그의 '해안선' 출연 발표는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장동건이 파격적으로 낮은 영화 출연료 제안을 받아들이며 '나쁜 남자''수취인 불명' 등을 연출했던 김감독의 저예산 영화 '해안선'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뜻밖이었다. 영화에서 그는 민간인을 간첩으로 오인해 사살한 후 극도로 갈등하는 해안 경비대원 역을 맡는다.

문제는 그 이후 장동건에게 쏟아진 'CF 러브콜'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유는 광고업계가 미남 스타 장동건이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배우로서 거듭나려는 장동건의 개인적 야심과 그의 화려한 외모를 상품화하려는 광고업계의 전략 사이에 불협화음이 빚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장동건은 의연하다. "블록버스터에 많이 출연했지만 연기자로선 아쉬운 게 많았다. 배우로서 진지한 모습을 보일 공간이 적었다. 최고의 스타로서 각광을 받을 때 저예산 예술영화에 출연하는 게 연기자로서 명분을 쌓는 호기가 된다는 선배 조재현의 충고가 큰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외모만큼 '아름다운' 장동건의 결단에 기대가 간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올 안티 대종상인 레디-스톱 영화제에서 최악의 남우 주연상을 받았던 터 아닌가. 훌륭한 연기력과 상관없이 CF에선 '찬밥' 신세인 최민식·설경구·조재현을 감안할 때 '해안선'에서 그가 보여줄 변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양약(良藥)은 원래 입에 쓴 법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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