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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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콜이 돌아왔다.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된 기민당 전당대회장. 여전히 육중한 체구지만 얼굴엔 이미 검버섯이 많이 돋아난 헬무트 콜(72)전 독일 총리가 등장했다.

2000년 1월 비자금 스캔들로 기민당 명예총재직을 사임한 이후 첫 전당대회 참석이다. 콜이 들어서자 장내를 메운 1천여명의 대의원들은 우레같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콜이 누구인가. 1982년부터 16년간이나 총리를 역임하며 민족의 통일까지 일궈낸 전후 최장수 재상이었다. 그러나 총리 퇴임 후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로 그는 추락했다.

'콜=부패 정치인의 대명사'란 등식이 국민의 뇌리에 각인되면서 콜은 기민당 지도부로부터 철저하게 냉대받았다. '통일재상'이면서 통일 10주년 기념행사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기민당은 콜과의 차별화만이 당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지난해 콜의 부인이 햇볕 알레르기로 고생하다 자살하면서 여론에도 변화가 생겼다. 검찰이 그의 비자금 스캔들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자 동정여론까지 일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전당대회장에서는 "콜의 명예총재직을 회복시키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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