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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 실천…구미 경실련 ' 무지개 공부방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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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지난 24일 서희영(40.왼쪽 첫번째) 교사가 "무지개 공부방" 어린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홍권삼 기자

지난 24일 오후 구미시 상모동 '무지개 공부방'. "선생님, 100자리 숫자는 100자리끼리 더해야지요." 박혜민(가명.상모초교 2년)양의 질문에 지도 교사인 서희영(40.여)씨는 "그래. 이제 참 잘하네"라며 등을 토닥거린다. 원형 책상에 둘러앉은 20여명의 어린이들이 국어.수학 문제 풀이에 여념이 없었다. 서씨와 동료 교사 진순애(40.여)씨가 자리를 옮겨다니며 이들을 '개인 지도'했다. 공부가 끝날 무렵 두 교사는 아이들에게 피자와 귤을 간식으로 내놓았다. 이어 색연필.크레파스.연필 등이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구미경실련이 만든 무지개 공부방은 인근 상모초교 1~3학년 결식 어린이 30명의 보금자리다. 부모가 없거나 한 부모만 있는 어린이를 7년째 무료로 보살피고 있다. 어린이들은 매일(월~금)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곳에서 보낸다.

두 교사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간식도 직접 만들어 먹인다. 학교 급식으로 점심은 해결하지만 잔업 등 일을 하느라 밤 늦게나 돌아오는 부모.친척을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흔성(40.여) 원장은 "시민단체가 비판.감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 만든 것이 공부방"이라고 말했다.

공부방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9월 문을 열었다. 상모초교 앞 새마을금고 강당에서 결식아동을 모아 가르쳤다. 두 달 뒤 인근 노인정으로 옮겼다. 하지만 두 곳 다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어수선한 것이 흠이었다.

그러다 지난 9월 마침내 지금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공부방은 20평의 조립식 건물이다. 공부하는 방과 주방.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공부방은 구미경실련 유호일(47) 대외협력위원장이 자신의 3층짜리 상가 옥상을 내줘 가능했다. 이곳에 조립식 건물을 지은 것이다. 건축비와 책상 등 비품비는 2000여만원. 경실련 회원과 독지가들이 물품을 내놓고 방 꾸미기에 손을 보탰다.

최경수(화가).김오종(서예가).고준(전국 어린이바둑교실협회 구미지부장).유영화(도예가)씨 등은 무료 특기.적성교육 강사로 나섰다. 만 6년 한결같이 아이들을 보살피는 공부방 교사들의 노력에 시큰둥했던 어린이들의 가족도 마음을 열었다.

공부방을 찾아 음료수와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장 원장은 "'우리 아이도 맡아 달라'고 조르는 맞벌이 부부도 많다"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교사의 인건비와 난방비.간식비 등 월 비용은 250만원 정도. 월 1만원의 회비를 내는 후원자와 식품.학용품 등을 지원하는 사람이 25명에 지나지 않는다.

석 달 전부터 두 교사의 인건비(월 60만원)를 구미시가 공공근로 등의 예산으로 지원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매달 100만원 가까이 부족하다고 한다. 부족분은 간간이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구미경실련 조근래(43) 사무국장은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의 054-451-9575.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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