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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만지면 위험한 승홍수(昇汞水) 속에서

살아 있는 구렁이의 배꼽 속에서

이발사의 물받이에 보름달이 뜨면

혹은 까맣게 혹은 파보다도 새파랗게 보이는

응결하는 피 속에서

암종성의 궤양과 흘러나오는 종기 속에서

유모가 아기의 강보를 헹구는 더러운 대야 속에서

갈보들의 조그만 욕조 속에서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갈보집을 드나들지 않은 놈인데)

저 사람을 중상하는 혀를 튀길지어다!

-프랑수아 비용(1431~?)'발라드' 중:송면 역

갈보집에 자주 드나들지 않았어도 갈보집을 들먹일 수는 있다. 갈보집은 갈보집이 아니고, 네 정신에 기생하는 쥐벼룩 같은 것이다. 화장실 변기 쪼개진 틈으로 빨리 지나가는 바퀴벌레 같은 것이다. 네 정신의 쪼개진 자리가 더 크거나 작아도, 갈보집은 들어서지 않는다. 가령 갈보집 보고 갈보집이냐고 물어보아라, 누가 그렇다라고 대답하겠는가. 세상에 갈보집은 없다. 푸른 등불, 붉은 네온의 갈보집은 없다. 그러나 삼각 로터리 '시집 못간 아기 돼지'라는 갈비집은 있다. 네가 오입하는 것은 행복의 적인 정신의 돼지 갈비집에서다.

이성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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