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 30분 커피타임 해고는 부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근무시간에 작업장을 이탈해 30분간 커피를 마신 것은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는 27일 이 같은 이유로 해고당한 화학업체 근로자 김모(42)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1987년 화학업체인 K사에 입사, 세 차례에 걸쳐 8년 동안 노조위원장으로 있었던 김씨는 2002년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회사는 그러나 기술직 출신인 김씨를 본래 업무와 무관한 전산자료 입력 부서로 배치했다. 업무에 흥미를 잃은 김씨는 자신의 일이 끝나면 근무시간 중에도 사무실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곤 했다.

지난해 11월 김씨는 자신의 오전 업무를 끝내고 10시30분쯤 흡연실로 향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용역업체 직원 정모(33)씨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김씨는 정씨가 자동판매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려 하자 자신의 커피도 함께 뽑아달라고 부탁한 뒤 30여분간 잡담을 나눴다. 이를 본 공장장은 김씨의 근무 태도를 꾸짖으며 인사위원회를 소집했다. 김씨는 인사위원회가 한달 뒤 '근무에 태만했고,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을 해고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근무 분위기를 문란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고당할 만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면서 "김씨가 근무시간에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은 기술직 사원인 김씨에게 다른 업무를 맡긴 회사에도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