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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 포럼

휴대전화 강국, 소비자 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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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시험 부정은 한국인의 정보통신 역량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계기도 됐다. 외국에서는 수능시험 시간에만 한국 내에서 2억 통의 문자 메시지가 오갔다는 사실이 화제였다. 한국 사람들은 밥도 안 먹고 문자만 보내느냐는 질문이다.

잽싸게 문자를 쳐내는 손재주가 있고 IT 친화성이 있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중.고생들은 문자메시지를 하루 평균 53건씩이나 보낸다는 조사가 최근에 있었다.

부정 가담 학생들은 휴대전화 문자 누르는 소리를 모스 부호처럼 활용하는 비법까지 개발했다. IT 활용 능력만으로 본다면 첨단이다.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MP3 같은 21세기 디지털 기기의 소비자로서 한국인은 세계 최고의 눈높이와 활용 능력을 가지고 있다. 관련 업체 홈페이지는 신제품에 대한 품평.요구사항들로 불이 난다. 신기능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렬해 한국은 휴대전화 신모델이 하루에 하나꼴로 나오는 유일한 나라다. 이런 환경이 탐나 미국.유럽의 IT 업체들이 한국에 연구센터를 잇따라 세우고 있다. 정보통신기기는 한국사람을 만족시키면 세계시장에서 통한다는 공식이 생긴 것이다.

삼성.LG.팬택 등 한국의 3대 휴대전화 업체가 올해 세계에서 파죽지세인 것은 이런 극성스러운 국내 소비자들 덕이다. 세계 최고급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느라 기술 및 디자인 개발에 진땀을 흘리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세계 정상에 서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성적표를 보자. 휴대전화는 지난달 처음으로 반도체를 제치고 IT 분야에서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에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처음으로 세계 2위 휴대전화업체(1위는 노키아)가 됐다. LG전자는 동영상 통화 휴대전화 수출 세계 1위가 됐다. 전체적으론 5위로 뛰어올랐다. 팬택의 도약(내년 6위 예상)도 덧붙여져, 내년 중 미국에서 팔릴 휴대전화 두 대 중 한 대는 한국산이 된다.

세계 첫 500만 화소 카메라폰도 삼성이 해냈고 삼성과 LG는 올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독주가 예상된다. 한국의 빅 3 업체는 내년 2억대 이상을 팔아 세계시장 30%선을 차지할 전망이다.

또한 한국 휴대전화의 감성적 디자인은 디자인 강국인 이탈리아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신나는 일은 더 있다. 우리가 최강국이 된 휴대전화에 세상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들이 흡수되는 올인원(All in One) 시대다. 카메라.캠코더.MP3.TV.무선 인터넷.게임은 물론, 정보검색.전자사전.지리정보.금융거래.신용카드.쇼핑.예매.건강관리.개인정보관리.민원서류 신청.구인구직.노래방 기능 등등이 이미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왔다.

휴대전화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홈 네트워크를 집 밖에서 조작하는 리모컨형 휴대전화도 팬택이 개발해냈다. 또 휴대전화에서 일반 컴퓨터만 한 가상 화면과 가상 키보드(자판)가 생기는 시대도 조만간 다가온다. 그렇게 되면 PC는 사라지고 휴대전화로 TV.신문도 보고 인터넷도 하게 될 것이다. 음성으로 문자 입력을 하는 기술도 현실화되고 있어 자판도 필요 없어진다. 외국어 통역을 해주는 휴대전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깜짝 놀랄 일의 연속이다.

휴대전화 기술을 선도하면 인류 생활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엄청난 국부를 얻게 된다. 2004년이 한국의 국운 상승을 위해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은 휴대전화 관련 업체들을 괴롭히는(?) 스토커 노릇을 열심히 해야 한다. 불만이든 아이디어든 관련 업계에 끊임없이 쏟아내면서 소비자의 손으로 세계 정상 휴대전화 업체 여럿을 키워내자.

김일 디지털 담당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