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제2부 薔薇戰爭제4장 捲土重來:종기를 입으로 빨아냈던 吳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그러니까 김우징은 김양이 붉은 관을 쓴 인형이 딸 덕생이라고 생각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여 쏘았기 때문에 명중하였지, 그것이 다만 허수아비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명중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친딸이라도 대의를 위해서는 멸친하겠다는 김양의 단호한 의지가 결국 빛나는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라고 치하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우징은 김양의 속마음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양은 화살을 쏠 때부터 성루에 서있는 물건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 허수아비임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딸 덕생은 장인 이홍으로 보면 손자였던 것이다. 이홍은 김명의 최측근으로 당대 제일의 권력자. 자신의 딸 사보를 사위인 김양이 죽였다고 이를 갈고 있었지만 자신의 손자인 덕생까지 전쟁의 인질로 삼을 만큼 매정한 할아버지는 아님을 김양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김양은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딸처럼 꾸며놓은 허수아비임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아군의 사기를 고조시키는 반전의 기회임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즉 화살을 쏘아 자신의 딸마저 죽임으로써 대의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살신한다는 각오를 전군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었다.

아니다.

김양은 그 물건이 허수아비가 아닌 실제의 딸 덕생이라 하였더라도 화살을 쏘아 딸을 죽여버렸을 것이다. 이미 자신의 입신에 걸림돌이 되는 아내 사보를 자진하여 죽게 하였던 김양이 아니었던가.

김양은 오직 이 길만이 5천명의 결사대원으로서 만명이 넘는 관군을 무찔러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그뿐인가, 앞으로 있을 수만명의 관군과 건곤일척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오기(吳起).

춘추전국시대 때 최고의 병법가. 손무가 쓴 『손자병법』과 더불어 『오자(吳子)』란 병법서를 쓴 이 불세출의 영웅은 노나라에서 그를 장군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오기는 제나라의 여자를 아내로 삼고 있었으므로 제나라의 의심을 받는다고 아내를 죽여 충성을 나타낸 사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기와 김양은 의심을 벗기 위해서 아내를 죽인 점에 있어 서로 상통된 점이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오기는 전쟁에 나설 때마다 승리를 거뒀는데, 그것은 각별하게 부하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오기는 부하들에게 종기가 생기면 직접 입으로 빨아서 이를 고쳐주었으며, 이를 본 부하들은 자신들을 사랑하는 오기의 행동에 감격하여 충성을 다함으로써 천하무적의 군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연저지인(疽之仁).

'입으로 종기를 빨아내는 자애'란 뜻으로 부하들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 고쳐준 오기의 유별난 행동은 실은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부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일종의 전시행동이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딸이 아닌 허수아비임을 알면서도 결연히 화살을 쏘아 명중시켜 쓰러뜨림으로써 대의를 위해서는 딸의 목숨까지도 빼앗는다는 김양의 행동은 병사들의 충성심을 얻기 위해 입으로 종기를 빠는 오기의 행동과 유사하였던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김양은 첫번째 전투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후세 사람들은 김양이 화살 하나로 승리를 거뒀다 하여 철야현의 전투를 '일석승몰금음우(一射勝沒金飮羽)' 전쟁이라 불렀다. 이 말은 '화살 하나로 금빛화살 깃까지 묻힐 정도로 승리를 꿰뚫었다'는 뜻으로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난세의 영웅, 간웅으로서의 김양을 엿볼 수 있는 극적인 한 장면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