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최고가수된 '戰犯의 미망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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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5일 밤 유고 수도 베오그라드의 마라카나 축구경기장. 황금색 드레스 차림의 체차(28·사진)가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10만명의 관중은 "체차! 젤리코!"를 외치며 환호했다.

체차는 2년 전 암살된 세르비아의 악명높은 군벌 젤리코 라즈나토비치(일명 아르칸)의 부인으로 현재 유고 최고의 인기가수다. 죽은 남편을 위해 마련한 이날 무대에서 체차는 세르비아 전통민요를 열창했다. 14세 때 가수로 데뷔한 체차는 1995년 아르칸과 결혼, 파란많은 인생을 살게 된다. 그는 정치인의 아내가 된 덕분에 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고를 공습하자 폭탄이 떨어지는 베오그라드 시가에서 대규모 반미·반나토 시위를 이끌었다. 그러나 2000년 1월 자신의 결혼식장이었던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남편이 암살되자 모든 활동을 접었다.

그가 활동을 재개한 것은 2001년 10월. 체차는 "나와 나의 아이들, 그리고 조국을 위해 다시 일어서겠다"며 남편의 이름을 딴 음반 '젤리코'를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나 재기에 성공했다. 체차의 새 음반은 유고에서만 34만장이 팔려나가는 기록적인 판매실적을 거두며 단숨에 그를 '세르비아의 노래를 부르는 수퍼 스타'로 만들었다.

체차의 남편 아르칸은 91~95년 보스니아내 이슬람교도와 크로아티아인에 대한 살인·강간·약탈혐의로 미국과 인권단체들에 의해 전범으로 지목됐으며 99년에는 민병대 조직을 이끌고 코소보주로 잠입해 인종청소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체차는 "나와 조국은 영원히 그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두둔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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