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경찰 불법이민자 단속’ 막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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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이민정책을 놓고 오바마 행정부와 애리조나 주정부가 정면으로 격돌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의회가 통과시킨 이민단속법 시행을 막기 위해 미 연방정부가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이민 논쟁이 법정 다툼으로 확산하면서 이민법 개혁 논란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 정가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연방법 우위 원칙 어겨”=미 법무부는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이민법이 연방정부의 이민정책 집행 권한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소장을 애리조나주 피닉스 연방지법에 냈다. 애리조나주 이민법은 연방정부의 이민정책 집행 권한을 무시한 것이기에 연방법이 주법에 우선한다는 헌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미 연방헌법 제6조 ‘연방법률 우위의 원칙(supremacy clause)’을 근거로 들었다. 법무부는 또 애리조나주 이민법의 집행과정에 경찰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한 애리조나 주민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나 이민정책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주정부들이 각자 땜질하듯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29일로 예정된 애리조나주 이민법 발효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문제가 된 애리조나주 이민법은 주 내 불법 체류를 범죄로 규정하고 불법 이민자란 의심이 드는 경우 주와 지역 경찰이 단속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다른 주에서는 불법 이민자 단속은 국토안보부 소속 관리들만이 할 수 있을 뿐 경찰들은 이에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법정 분쟁으로 비화하긴 했지만 이번 소송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 이민법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여러 차례 지적해 왔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민법 개혁으로 불법 이민자에 대해 합법적인 지위를 제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대선 과정에선 이 같은 이민법 개혁 공약으로 히스패닉 유권자 상당수의 표를 모았다.

◆애리조나주 보이콧 확산=법무부의 소송 제기에 앞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의회가 애리조나주와의 경제 거래를 중단키로 하는 등 20개 이상의 도시와 카운티에서 보이콧을 결의했다. 실제로 공화당과 애리조나주 이민법 찬성론자들은 미 연방정부의 소송 제기에 즉각 반발했다.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인 존 매케인과 존 카일은 공동 성명에서 “오바마 정부는 소송 제기에 앞서 불법 이민자로부터 미국민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대책을 먼저 내놔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 측은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애리조나주는 불법 이민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며 “연방정부의 소송 제기에 맞서 끝까지 법적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에는 현재 46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있으며 이로 인한 마약·납치·살인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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