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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6강 확정에 日 젊은이들도 '아리랑…'합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14일 오후 일본이 튀니지를 꺾고 16강에 진출하자 오사카 중심지의 도톤보리에 있는 하천에는 무려 5백여명의 시민이 뛰어들었다. 그 하천에서 5백m도 되지 않는 곳에 한국영사관이 있다. 이곳 1층 로비에서는 교민들이 모여 이날 밤 벌어지는 한국-포르투갈전을 대형 TV로 지켜보며 응원하기로 돼있었다.

이미 젊은이들의 해방구가 된 도톤보리를 지나 영사관에 들어서니 뜨거운 열기가 후끈 덮쳐왔다. 경기 시작 30분 전인데도 5백여명의 교민과 유학생들이 발디딜 틈 없이 들어차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북 장단에 맞춰 힘차게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경기가 시작하고 박수와 함성이 점점 커지자 영사관 앞을 지나던 일본인들이 하나둘 가세했다. 이들은 "때-한민구"를 따라 외치며 한국 응원단과 하나가 됐다. 하프타임에는 영사관에서 준비한 시원한 음료수를 함께 나눠 마셨다.

드디어 후반에 박지성의 결승골이 터지자 장내는 환호와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야야-야야야야"로 시작하는 한국 응원가의 고전 '아리랑 목동'을 합창하는 순간 모두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며 흥겨움을 나눴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로 껴안고 춤추는 '난리판'이 벌어졌다. 이들은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는 영사관 입구로 몰려나가 "코리아" "닛폰"을 교대로 외쳤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장면이었다.

도쿄에서 왔다는 고마쓰 마나부(25)는 "일본 경기를 보고 이곳에 왔다. 우리는 이겼는데 한국이 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둘 다 16강에 올라가서 정말 좋다"고 했다.

행사를 준비한 오사카 한국문화원 유은상 원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두 나라가 가까워졌다는 걸 피부로 실감했다. 일본인들이 이렇게 많이 와 함께 응원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오사카=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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