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金 시대'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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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13 지방선거는 1970년대 이후 30여년간 정치를 지배했던 '3金시대'가 종언을 고한 선거로 정치사에 기록돼야 할 것이다.

선거결과를 받아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정치인 DJ'로서 몰락의 비애를 느꼈을지 모른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수십년간 착실히 키웠던 지역적 영향력과 카리스마적 흡인력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호남지역 선거전에서조차 많은 후보가 DJ와의 연관성을 가능한 한 감추거나 부정하려 했던 것은 DJ의 대중정치 혹은 지역정치적 영향력이 쇠잔했음을 보여준다.

金대통령과 함께 공동정권을 출범시켰던 JP(金鍾泌)에 대해선 충청지역 자민련 후보들이 '오던 표도 날아간다'며 그의 지원유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YS(金泳三)를 찾아갔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그날을 고비로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3金씨 중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金대통령일 것이다.

金대통령은 이미 민주당을 탈당했고, 지방선거도 그런 상태에서 치러졌으므로 민주당의 패배에 대해 청와대가 책임질 이유는 없다는 게 청와대측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형식논리로 정치권을 설득하고 민심을 다독거릴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청와대 안에도 별로 없다.

청와대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민주당의 내분과 갈등이 金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정치적 책임은 일체로서 당과 결합돼 있다"는 盧후보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기가 만든 당으로부터 비난받는 신세가 되는 것은 金대통령으로서 참기 어려운 참담함일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의 아들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국정조사·TV청문회·특검제 등을 요구할 때 민주당이 'DJ와의 차별성'을 명분으로 선뜻 합의해 줄 가능성도 청와대를 긴장하게 만든다. 이 경우 권력누수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져 金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려 해도 전념할 수 있는 힘조차 없어지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金대통령이 모종의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속수무책으로 상황에 끌려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전영기 기자

YS 찾은 노무현 되레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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