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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계』 33년만에 복간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1970년 5월 군사독재를 비판한 김지하의 시 '오적'을 게재한 것이 문제가 돼 폐간당한 월간 『사상계』가 내년초 완전 복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준하의 뒤를 이어 67년부터 발행인을 맡았던 부완혁(84년 작고)의 장녀 부정애(55)씨가 이번에 완전 복간 전단계로 『사상계』 2002년 6월호를 발간했다.

이번호는 67년 8월호에 실린 '8·15의 비감격(非感激)'부터 70년 5월호에서 5·16 군사혁명을 비판한 '철학없는 거사의 행방'까지 부완혁이 집필한 권두언만을 모았다.

53년 4월 장준하가 창간한 『사상계』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창하며 정치·사회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던 50~60년대 한국 지성인의 목소리를 대변한 잡지였다. 그러나 반유신 투쟁을 벌이던 장준하는 75년 경기도 포천군 약사봉을 등반하다 의문사했다.

부완혁은 폐간 이후 2년여 동안 법정 투쟁을 통해 등록취소처분 취소판결을 받아내 형식상 '폐간'이 아니라 '휴간'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이후 부정애씨가 판권을 상속받아 98년 6월호, 2000년 6월호를 출간했다. 그러나 제호 유지라도 하기 위해 낸 책들이라 완전한 복간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부씨의 한 측근은 "내년 초에는 사상계 복간을 가시화할 것"이라며 "제호는 그대로 유지하겠지만 한자 일변도를 탈피하는 등 현대적 감각을 갖춰 새롭게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사상계』를 인터넷 공간에서 부활시킨 '디지털 사상계'에 대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상계』 판권과는 무관한 사업이며 이미 사이트 개설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은 시간적·경제적 여건이 안돼 판권을 지키기도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발행인 부씨의 남편은 신선호 전 율산그룹 회장. 율산 신화를 낳았던 율산그룹은 79년 해체됐으나 최근에는 복합문화센터 센트럴시티 건설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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