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세가지 취약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1위와 5위. 한국과 포르투갈의 실력차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포르투갈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이나 축구의 승패가 전력만으로 판가름나는 것은 아니다. 허술한 틈새를 집중 공략하면 큰 제방도 무너질 수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포르투갈의 약점을 살펴본다.

◇허술한 수비

포르투갈 축구는 기본적으로 불안한 수비로 내준 점수를 화끈한 공격으로 메우는 스타일이다. 최근 네차례 평가전에서 다섯골을 넣고 여섯골을 허용했다.

특히 뛰어난 체력과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팀에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지역예선에서 아일랜드에 두차례 비겼던 포르투갈은 한국이 2-0으로 이겼던 핀란드에는 4점을 허용하며 대패했다.

중앙 수비수 페르난두 코투와 조르제 코스타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노장들이지만 발이 느리다. 양 윙백이 공격에 가담할 경우엔 이들이 빈 자리를 메우는데 미국의 빠른 공수 전환에 단번에 뚫렸다.

공중볼 패스는 효과적으로 차단하지만 짧게 끊어주는 스루패스에는 취약하다.

폴란드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으로 늘려 수비를 강화했지만 좌우 사이드 풀백 조르제 안드라데와 프레샤우트는 여전히 측면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공격수들을 막아내지 못했다.

◇미흡한 골 결정력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한다는 포르투갈도 의외로 골 결정력 부족을 겪고 있다. 미국전에서 포르투갈은 12개의 슈팅을 쏘았지만 미국의 자책점을 제외하고는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아일랜드와의 지역예선에서는 23개의 슈팅을 쏘고도 겨우 1점을 얻었다.

미국은 포르투갈이 원톱 파울레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을 간파, 파울레타를 밀착수비하면서 동시에 그에게 공이 가는 길목을 차단했다. 파울레타는 미국의 거칠고 강한 수비에 경기 내내 신경질을 내다가 여러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미국은 미드필드부터 강하게 압박하면서 루이스 피구·세르지우 콘세이상·후이 코스타 등 포르투갈 미드필더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공간을 제공하지 않았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포르투갈과 두차례 무승부를 기록한 아일랜드도 미드필드 싸움에서 뒤지지 않았었다.

◇불안한 골문

포르투갈의 치명적인 약점은 D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골키퍼에게 있다. 포르투갈의 골문은 노장 비토르 바이아와 신예 히카르두가 지키는데 월드컵 두 경기에서는 바이아가 나섰다. 포르투갈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은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활약한 히카르두와 오랜 부상 끝에 대표팀에 합류한 바이아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바이아를 택했다. 그러나 2년 가까이 국제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바이아는 실수를 자주 저질렀고 위치 선정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미국전에서 첫 두골은 그의 실수 때문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펀칭 미스로 첫번째 골을 내준 바이아는 랜던 도너번이 오프사이드를 범했다고 무방비로 있다가 조르제 코스타의 자책골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