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구소 대학원대학 설립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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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T 시대의 막이 올랐다. 6T란 정보기술(IT)·생명공학 기술(BT)·나노기술(NT)·환경기술(ET)·문화기술(CT)·우주기술(ST)을 일컫는다.

정부는 신(新)산업의 창출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성장산업의 기반으로서의 6T분야 육성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전문 연구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정부가 지난해 세운 6T 전략분야 종합대책에 따르면 2005년까지 6T분야에는 40만8천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나 18만6천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나노기술 분야의 경우 세계적 전문인력 5백명 이내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은 10인 이내이고, 중견 연구인력은 1백여명으로 선진국의 10분의1 내지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전자·화학·재료 등 유사분야에서 전환, 활용할 수 있는 인력도 1천여명밖에 안된다. 2005년까지 약 1천8백명을 추가 공급해야 한다.

무한 경쟁시대에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과 연구소는 이론 연구 중심의 학위 취득자보다 현장에서 연구개발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의 경직된 대학시스템으로는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지식기반 사회의 신산업 창출을 위해선 연구개발의 성과를 확산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출연연구소는 그동안 연구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그 연구 성과가 산업계에 제대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투자재원과 인력이 열악한 우리로서는 효과적인 기술 이전 시스템으로 연구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출연연구소에 교육기능을 도입하는 '출연연구소 대학원대학'을 설립해야 한다. 그러면 출연연구소의 고유한 전문기술 능력을 활용, 기존 대학시스템에선 불가능한 기술융합형 전문인력을 키울 수 있다. 출연연구소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은 NT·BT·MEMS 등의 학제간 연구가 필요한 신생 융합기술 분야의 전문인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시장의 개방·경쟁체제 구축을 통한 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와 '다양한 교육제도·방식의 허용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의 활성화'라는 교육개혁의 취지에 부응한다. 또 현장 연구 중심 교육 시스템의 도입으로 산업 및 연구현장 문제의 해결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확보해 기업 기술개발 지원과 연구 성과의 산업부문 확산을 가능케 할 것이다.

교육이라는 파급 지향적 메커니즘의 도입은 출연연구소의 성과가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과 경제사회 전반에 효과적으로 이전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사회 전체의 기술 수요를 증가시켜 이공계 인력 수급의 선순환을 초래한다.

대학원대학은 위기의 출연연구소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대학원생들을 연구에 참여케 해 초급 연구인력의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연구와 교육의 일체화로 중견 연구자들의 연구 지식과 경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임으로써 연구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

1980년대에는 정신문화연구원에 한국학 대학원을 설립해 민족문화의 전통 계승과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키웠고, 90년대엔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을 세워 국제화 흐름에 대응했다. 지식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떠오른 21세기에는 출연연구소의 대학원대학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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