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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본토가 부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중국 경제는 나는데 홍콩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쾌속 질주를 바라보는 홍콩인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올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률은 7.6%를 기록했지만 홍콩은 0.3%에 그쳤다.

성장의 원동력인 기업들의 투자를 살펴보면 명암은 더욱 뚜렷해진다.1분기 중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27.5%나 증가한 1백1억달러를 기록했다. 새롭게 승인받은 외국인 사업건수는 6천1백72개에 달했다.

이런 본토의 모습을 홍콩은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영자지 스탠더드는 "올해 홍콩으로 유입될 외국인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5.1%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의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중국은 2006년께 세계 3위의 제조업 국가가 되고, 2010년 GDP는 2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에 비해 홍콩은 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투자가 모두 부진한 상태다. 부동산 값은 속락하고 있으며, 실업은 늘고 외국기업들은 홍콩을 떠나기 바쁘다. 일각에선 "중국으로 들어가는 대문 역할을 했던 홍콩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비관론을 편다.

실제로 중국과 동남아시아간 직접 교역은 1995년부터 매년 15%씩 늘어나 지난해엔 4백16억달러에 달했다. 과거 같으면 이런 무역거래가 홍콩을 경유하면서 홍콩에 상당한 돈을 떨구었을 것이다.

외국인과 홍콩 사업가들의 본토 진출 바람으로 선전(深?) 일부 지역의 집값은 홍콩 변두리와 맞먹는 선까지 올라갔다.

홍콩 정부는 최근 '아시아의 세계 도시'를 표방하면서 사이버 항구와 홍콩 디즈니랜드 개발을 포함한 7백70억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투자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연 10%대의 고성장을 구가하는 상하이(上海)가 물류·금융·정보기술(IT)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홍콩의 위상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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